<유령> 고전적 추리극과 스타일리시 액션 영화를 보자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그리고 요즘 다수의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현우까지 화려한 출연진부터 주목하게 하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액션 영화 <유령> 시사회를 지인과 다녀왔다. 거기에 <천하장사 마돈나> 하면 떠오르는 이해영 감독 작품이라 상당한 재미를 기대하며 상영관에 자리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이 간 지인과 내린 결론은 '재밌다'였다.

시작부터 의상이나 건물 등의 꼼꼼한 시대고증이 눈길을 끌었으며, 화려하고 앤틱한 호텔로 배경이 옮겨지면서 레트로 감성의 영상미까지 즐길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 듯한 경성의 모습들을 흥미롭게 감상도 하면서 이야기는 급속하게 호텔밀실 생존게임 분위기로 이어졌다.

새로 부임하는 조선통독부 총독 암살 미션을 위한 스파이 '유령' 색출이라는 묵직한 이야기가 던져지고, 고립된 장소에서 마치 아가사크리스티 추리소설 같은 전개가 이어졌다. 복고풍의 영상미와 고전소설적 서사가 우아한 클래식 음악 배경으로 멋스러운 맛을 주었으나 다소 잔잔한 신경전이 길어져 기대했던 빠르고 강력한 장면이 지체되는 감을 주었다. 또한 의심되는 자들의 선별 과정이 급하게 건너뛰어 다소 맥락이 끊기는 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치열하고 참혹했던 일제강점기에 대항하는 액션이 순식간에 폭발을 하고 그동안 다각적으로 추리하던 의문의 존재가 얼추 맞아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여전사 스타일리시 액션이 통쾌하고 긴장감 넘치게 터졌다.

영화 전반에 걸친 많은 분량의 일본어와 특히 배우 박해수의 모든 대사 일본어 연기는 그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열정을 읽을 수 있었고, 설경구는 간악하면서 많은 혼란을 지닌 인물을 잘 보여줬으며, 이하늬와 박소담의 극과 극의 캐릭터도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심한 증량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서현우의 코믹함도 영화 전반의 강약조절의 역할을 하였다.

자막에서 살짝 보게된 '마이지아'는 중국 소설가이고,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풍생]이며 2009년 <바람의 소리>로 중국에서 개봉하여 크게 흥행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나중에 비교하면 또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세상의 일들이 아무리 반복된다 해도 극악한 일본 제국주의의 활개는 다시 없어야 함을, 일제 청산이 그만큼 지금에서도 중요한 것임을 새삼 새겨볼 기회이기도 하였다.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스타일리시한 액션 시대극으로 오락성도 좋은 영화 <유령>이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