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걸어서 재능나눔콘서트 그리고 녹내장 진단... 음악을 듣자









일주일 전쯤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질병의 늪에서 이렇게나 오래 허우적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2017년 결국 심장수술을 했고 아빠가 얼마 안 되어 돌아가셨다. 그리고 난소낭종파열로 응급실과 또다시 입원생활, 그 와중에 근종 진단을 받았다. 아빠 돌아가시고 1년만에 엄마도 돌아가시고 그 때에 급격한 시력저하와 백내장이 진행되었고 대상포진도 앓았다.

코로나가 계속되며 백신을 맞아 후유증이 의심되는 허리통증이 심했다가 이후 장기 아스피린 복용(심장수술 후 혈전예방)에 의한 역류성 식도염이 심각해져 위경련과 빈맥이 왔고 한방치료를 받은 것이 작년 가을, 겨울. 겨우 치료가 되어가고 있었으나 위장 장애에서 항문 문제까지 터져 죽음의 통증도 경험했다.

이제 통증의 끝이 보이며 질병의 터널을 나오나 했는데, 녹내장까지 온 것이다. 약물로 많이들 진행을 막고 일상을 살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치료가 안 되는 병을 또 얻었다는 생각(심장 내 혈관이 선천적으로 좁아 압이 높아 관찰 중)에 서글프다. 혼자 이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 인생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나. 그저 그 모든 것들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을...' 이런 생각에 이르렀고 토요일 아침, 뭔가 기분을 올릴만한 것이 없을까 싶어 자주 살피는 서울역사박물관 문화행사를 찾아봤더니 마침 오후에 미술과 음악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재능나눔 콘서트'(역사와 함께한 명화 & 명곡, 음미하다) 소식을 발견했다.

장마로 불편함이 예상되었지만 내 삶에서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음악'이 있는 연주회인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얼마전 '20주년 기념음악회' https://blog.naver.com/songrea88/222800721674 에서 최고의 무대를 다양하게 감상했던 서혜연 교수가 진행하는 '토요음악회'보다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 점이 있는 콘서트이긴 하지만, 이사온 곳에서 청계천이 가까워서 아주 오랜만에 청계천을 따라 걷기 운동 겸 마음을 가다듬어 보기로 했다.

시간이 꽤 흘러서인지 청계천의 풍경이 상당히 바뀌었다. 나무들도 크게 우거지고 목이 긴 새들도 많이 터를 잡고 있었다. 1시간 30분 가량을 걸어 드디어 박물관에 당도했는데, 그동안 자주 다녔던 동네 근처 개천 공원이나 둘레길의 부드러운 바닥이 아닌 딱딱한 바닥이어서 다소 허리가 아팠고 땀을 너무 흘려 고생스러웠다. 그래도 오랜만에 마음을 안정시키는 도심 속 자연의 힐링을 받은 좋은 경험이었다.

음악회가 시작하여 먼저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랑스 화가 쿠르베와 철저한 사실주의에 대한 황순학 교수(서울과학기술대)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강의가 있은 후 리얼리즘 예술의 음악에서 대표되는 드라마와 발라드가 결합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요 아리아가 연주되었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축배의 노래>에서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의 유명한 아리아까지, 해설과 함께 무대가 열정적으로 이어져 큰 박수가 나왔다. 오랜만에 베르디의 아름다운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어 옛 추억과 함께 감회가 남달랐으며 가족단위로 자리한 많은 청중과 함께 연주회의 흥분과 감동을 맛봐 기운이 조금은 충전된 느낌이었다. 앵콜이 이어져 나폴리 민요와 <축배의 노래>가 다시 연주되며 콘서트가 마무리되었다. 바리톤 김성국의 미성과 안정된 저음의 매력이 특히 인상적인 이날 연주였으며 다음달에도 이어진다하여 기대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질병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워질 수 없고 요즘은 스마트폰을 쉴 새 없이 보고 사는 젊은층에서도 녹내장이 발생한다한다. 내 경우는 고도근시가 심하여 커진 안구가 신경을 누르는 이유가 예상되지만, 아무튼 자신이 모르는 사이 진행할 수 있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실명으로 초래될 수 있는 이 병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길 바란다. 정기적인 안과검진은 필수라는 것.

어쨌든 내 눈의 행운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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