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음악회-거문고에서 성악까지 풍성 음악을 듣자








코로나 동안 취소가 반복되어 안타까웠던 서울역사박물관 토요음악회가 이번에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 연주회를 가졌다. 우선 박물관 개관 때부터 다양한 연주와 행사들을 찾아다녔던 세월이 벌써 20년이 되었다니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감회가 들었다.

오래전부터 어린 조카를 데리고 수도 없이 이 곳을 찾았고, 돌아가신 엄마와도 많은 추억이 곳곳에 남아있기에 기념음악회 소식에 필히 관람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장마로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혼자 일찍 박물관에 도착하여 전시관을 먼저 둘러보고(명품도시 한양 등 전시 이야기는 다음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는 계단석 앞자리에 앉았다. 리허설 중인 거문고 연주가 흐르고 있어 막간을 이용해 지인들에게 안부문자도 돌렸다. 평일 낮 3시 음악회라 같이 할 사람이 없어 아쉬운 마음에 문자라도 보냈다. 이내 기획과 음악감독, 곡 설명과 진행을 해주시는 서혜연 서울대 성악과 교수가 입장하였다.

박물관 관장의 인삿말과 곡설명이 있은 후 첫무대로 거문고 명인 정대석의 <일출>이란 거문고 4대 앙상블 연주가 시작되었다. 가야금 보다 둔탁하지만 은은하게 울리는 고음은 청명하여 고즈넉한 우리의 운치가 잘 느껴졌다. 우리의 현악기의 특징인 튕겨진 후 흐느끼는 듯한 여운의 소리가 구슬프게 흘러 마음에 와닿았다.

두 번째 곡으로는 독주로 <정대석제 거문고 산조>가 멋스럽게 연주되고 다시 4인이 무대로 나와 <고구려의 여운>이란 곡을 연주하였다. 계속되는 변박과 속도를 더해가는 중에 4명의 연주자 간의 정교한 호흡으로 분위기가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는 속주로 치달아 스릴감마저 느껴졌다. 베이스와 멜로디가 풍부한 하모니를 이루며 예전보다 폭을 넓혀 국악기만으로도 풍성한 소리를 전달하여 독창적이고 음악적 희열을 맛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큰 박수가 터지고 서혜연 교수가 다시 나와 클라이맥스의 빠른 리듬이 말발굽 소리임을 확인하셨다 하였다. 고구려의 기상이 잘 전달된 곡을 멋진 연주로 관객에게 선보여 뜻깊었다.

다음으로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김정원 피아니스트가 슈베르트, 쇼팽, 드뷔시, 슈만의 유명하고 아름다운 곡들을 연주하였다. 오랜만에 낭만적이고 감성깊은 익숙한 곡들을 따뜻한 터치로 감상하게 되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특히 내가 자주 치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은 조금은 다른 해석을 느낄 수 있었고,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슈만의 <헌정>은 돌아가신 엄마가 평소에 참 좋아하던 곡이라 먹먹하기도 했다. 열정적인 피날레에 큰 박수가 나오고 이어서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 대표곡 메들리를 김정원 자신의 편곡으로 연주해, 진한 감상에 젖을 수 있었다.

마지막 무대로 소프라노 손지혜가 나왔는데, 진행을 하신 교수님 말씀으로 성악계에서 노래 잘하기로 이미 자자하다는 말씀을 곁들여 주셨다. 연주가 시작되고 이영조 곡의 <문경세재 아리랑>이란 창작 가곡이 손지혜의 단단하고 큰 성량의 목소리로 첫음부터 좌중을 압도하였다. 기존의 아리랑에 비해 밝고 구성진 꾸밈음이 특색인 곡이었는데, 드라마틱하고 정교한 성악 연주에 큰 박수가 터졌다.

이어서 김순애 곡의 <그대 있음에>가 풍부하고 묵직한 감성으로 연주되었는데 어느새 내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우리 엄마가 정말 좋아하고 애창했던 곡이었기에 눈을 감고 가슴에 담았다. 분위기가 바뀌어 다음 가곡으로 이홍렬 곡의 <꽃구름 속에>를 힘차게 열창하여 환호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유명한 외국곡들, 아르디티의 가곡 <입맞춤>과 도니제피의 오페라 곡 <기사의 뜨거운 눈길>이 화려한 피날레로 장식되어 청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기회가 닿으면 그녀의 오페라 무대를 다음에 감상하고 싶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인 만큼 다양하고 좋은 연주를 알차게 감상할 수 있어서 혼자였지만 오랜만에 기운이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무료음악회지만 높은 수준의 클래식 음악을 선사하는 박물관의 다음 음악회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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