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봄꽃 릴레이의 현장을 놓칠 수 없어 겨우겨우 힘을 내 동네산 전망대에 오랜만에 올랐다. 개나리는 이제 떨어져 가고, 목련은 완전히 만개했다. 그리고 근처 친한 지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오래된 벚꽃나무에 한가득 매달린 벚꽃 한무더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씩 붙들었다. 복잡한 머릿속의 잡념을 어느새 예쁜 꽃그림으로 채우는 멋진 순간이었다. 그 덕이었는지 이날 저녁 전에 살짝 행운이라고 할만한 일이 있었고...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된 다음날 자칫 지나가버릴 꽃구경을 다시 나섰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중랑천 산책길을 다시 찾아갔다. 걷기가 이제 좀 수월해져 이곳저곳 다녀보니, 장기간의 아픈 일은 없기를 새삼 바라게 되었다. 아무튼 산책로 입구부터 대형 안개꽃 같은 벚꽃이 보였다. 입구를 오르며 시선을 올려보니 벚꽃 천장이 화려한 자태로 유혹하고 있었다.
오미크론도 점차 하락세에 규제가 풀린 탓이라, 설렘 가득한 봄꽃의 향연을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즐기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인파 속을 혼자 걸으며 흐드러진 하얀 벚꽃과 하얀 마스크의 수많은 사람들 구경을 하였다. 조금은 흥분감이 드는 동시에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곧 이사를 가게 되어 지금처럼 이곳 벚꽃 풍경을 자주 보지는 못한다는 생각과 매번 이 길을 걸으며 떠나간 엄마, 꽃을 좋아라했던 엄마를 떠올렸던 것도 추억이 되겠구나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쳤다.
혼자라 외롭지만, 조금은 봄기운의 응원을 살짝 받고 짧은 산책을 마쳤다. 앞으로 살면서 이런 꽃길만 걷지는 못하겠지만 다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소소한 일상을 마주할 날을 상상하니 기대되었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