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개봉으로 시리즈의 옛날 작품들이 방송에 특집으로 나오고 있어 1995년 <007 골든 아이>를 보게 되었다. 지금은 꽃중년을 넘어 꽃할배로 여전히 활발하게 영화에 나오시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새파랗게 젊은 전형적 미남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 007과 다른, 기존의 제임스 본드 이미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최근의 007과 비교해서 작품적 분위기 및 캐릭터의 변화를 찾을 수 있어 감상 포인트가 색다른 기분이었다.
물론 화끈하면서 짧은 오프닝 액션과 본격적인 007을 알리는 끈적거리고 관능적인 영상의 주제가가 흐르는 구성은 거의 다를 게 없었다. 기타와 금관 브라스의 주제 테마곡도 거의 같다. 서두의 올드한 스포츠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25년이 지난 작품같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출연진들이 대부분 현재도 중견으로 활동하는 유명 배우들이라는 것인데, 'X맨' 시리즈의 '진' 역의 팜케 얀센이 전혀 다른 이미지로 등장했으며, 역시 같은 시리즈 <엑스맨2>에서 박쥐 스타일의 알란 커밍이 '보리스' 역으로 크게 외모가 다른 것 같지 않아, 배우들의 시간은 조금은 다르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최근 007과 차이점을 꼽을 때 먼저 최첨단 장비와 무기를 개발하는 박사 Q가 매우 고령이라는 것과 다니엘 크레이그 이전부터 이 '골든 아이'에서 주디 덴치가 MI6 첫 여성 국장 M을 맡게 되었는데, 지금보다 훨씬 젊다는 것이다. 주름살 적은 중년의 주디 덴치를 만날 수 있었다. 한편 제임스 본드의 여성에 대한 가벼운 태도와 습관적 키스 장면 등 성적 묘사에 대한 집착이 많아 다소 불편해 보이기도 했는데 시대적 변화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옛날 작품들에서 흔했던 것 중 하나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는 여성 주인공의 마스카라 한 올까지 흐트러짐 없는 풀메이크업의 상태가 눈에 띄었다. 사실 아직도 드라마에서 화장을 완벽하게 장착하며 취침에 들어가는 장면이 허다하긴 하다.
그 밖에 주목할 점은 007의 화려한 액션과 엄청난 스케일로 대표 첩보 액션 시리즈로써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탱크가 나오는 도로 액션은 지금의 눈으로 봐도 흥미로웠다. 다소 깔끔하지 못한 막싸움 느낌의 육탄전이 많다거나 코미디 코드가 별로 웃음을 주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버라이어티하고 강력한 액션 대작으로 007 이름값을 제대로 한 1995년 작품 <007 골든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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