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 임선경-옛날 나 어릴적에도 책을 읽자








제목에서 살짝 딴 생각이 들었던. [빽넘버]로 2015년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작가부문 대상 수상을 한 임선경 작가의 두 번째 소설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를 오디오묵 완독(9시간 40분)으로 감상했다.

죽었는데 1인칭으로 서술을 하니 처음엔 무슨 공포나 판타지로 오해할뻔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70년대 옛날 가난한 우리네 사는 모습과 나의 옛날 어릴적 추억이 겹쳐지는 정겨운 얘기들이 이어져서 어느새 감성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이 책의 화자인 연이 엄마는 죽은 사람이다. 워낙 병약하여 연이를 낳고 잘 키워보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상황에 설득력이 있다. 이사 간 연이의 주위를 멤돌며 가난한 셋집 이웃들도 살펴보고 연이 아버지의 재혼 상대도 지켜보고, 공사가 다망한 아줌마 귀신의 속사정을 듣다보면 여러 생각들이 오고간다.

시대가 워낙 옛날이고 지금과 같이 풍족한 시대가 아닐 때의 가난한 진풍경들이 쏟아져 비슷한 연배 아니면 살짝 신기한 옛날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연이가 최애하는 누우면 눈이 감기고 앉으면 눈이 뜨는 얼굴 큰 인형을 나 세, 네살 때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연이처럼 서양인 모델 스타일의 무릅 관절이 구부러지는 마론인형에 빠졌던 것도 생생하게 되살아나 인상적이었다.

또 개인적으로 돌아가신 나의 엄마를 연이 엄마나 이웃집 희숙이 엄마에 대입을 하니 딱 내 어릴적 살았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울엄마도 희숙이 엄마처럼 옷보따리를 들고 아는 친구네 같은 곳에 나를 데리고 옷을 팔러 다니던 기억이 희미하게지만 있다. 내가 겨우 걸을 때 잠깐이지만 알바 겸 지인 방문 겸 그런 일을 했던 것 같다. 친목계에 열심이시던 엄마도 떠오른다. 이렇듯 여러 곳에서 우리집도 나도 그렇게 살았지 하는 먹먹하고 촉촉한 기분이 멩랑콜리하면서 미소를 띄게 만드는 정겨운 소설이다.

성우들의 부분 극화도 좋고 오디오북으로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작품이다. 어린 친구들에겐 나의 엄마나 할머니 어릴적 살았던 이야기, 그 시대를 아는 이들에겐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라 가슴 뭉클한 소설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잔잔하게 다가오는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이다.

* 목차

1. 이사9

2. 연이 엄마 30

3. 연이 할머니 42

4. 정순49

5. 희숙이 79

6. 마당91

7. 목욕탕 101

8. 입학식 113

9. 희철이 131

10. 보따리 144

11. 근점이 165

12. 친목계 177

13. 기석 192

14. 소영이 205

15. 일수놀이 214

16. 방학 226

17. 장마 249

18. 찬이 할머니 260

19. 문방구 271

20. 마론인형 279

21. 도둑 285

22. 부엌 311

23. 변소 318

24. 오후반 323

25. 연이 엄마들 340

작가의 말354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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