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에서 새로 생긴 남산예장공원, 이회영 기념관까지 기타 재밌게 살자





아주 오래전 어린 조카들과 가끔씩 방문했던 행복한 추억의 곳이 있다. 남산 초입에 위치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만화의 집이다. 지금은 중구 소공로 회현사거리 쪽으로 이전했지만, 전엔 교통방송국과 적십자사를 지나 가파른 길을 오르다보면 숨이 차서 보통 힘든게 아니였다. 심장 수술 후 지금은 그 정도 경사에 큰 무리가 없지만 그땐 그 수고를 각오하면서도 한산하고 운치있는 센터로 가는 길이 좋기만 했다.

조카들과의 추억도 있고 가끔 혼자서도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기 위해 만화의 집을 찾았던 옛생각에 가끔 이전하기 전의 애니메이션센터가 그립곤 했다. KBS 첫 방송국 자리였으며 그 전엔 조선통감부가 있었던 곳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 일대가 국치의 길과 인권의 길 그리고 예장공원으로 새롭게 개장을 했다는 소식에 혼자서 보내야 하는 생일 낮에 나들이를 결정했다. 전부터 오랜만에 가고 싶었던 남산골한옥마을을 먼저 들어가서 천천히 타임캡슐 방향의 산책길을 올랐다. 어느 블로거의 글에 한옥마을에서 예장공원으로 돌아서 갈 수 있다하여, 이날 모르는 길을 한 번 찾아서 탐험 기분을 내봐야지 했다.

걷다보니 작은 출구가 보여 주택가로 나왔다. 일단 타고난 방향감각에 의지해서 골목길을 오르다보니 조금 더 큰 한옥마을 후문이 나오고 큰 길에 들어섰다. 출발 전 대충 봤던 지도에서 남산의 정상쪽이 아닌 낮은 곳으로 가야하고 길을 건너는 다리 정도만 확인했다. 내비게이션을 의지해서 가는 방법은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냥 촉으로 처음 가보는 길을 천천히 즐겼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왼편은 올라가는 터널이어서 다시 오른쪽으로, 큰 대로가 아닌 안쪽 의문의 좁은 길로 내려갔다. 거의 인적 없는 그늘진 길을 혼자 걸었다. 살짝 무섭기도 하고 어디로 길이 이어질지 흥미롭기도 했다. 그러다 당도한 곳이 '런닝맨'에서도 나왔던 서울유스호스텔 건물이었다. 중앙정보국 본관을 개조해서 사용한다는 이 곳의 살짝 으스스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계속해서 길을 내려가다보니 세계인권선언문이 담벼락에 설치되어있고 그 아래쪽은 돌들이 놓여있는 뭔가 상징하는 장소가 나왔다. 큰 길로 돌아나와보니 '기억의 터'라는 곳이었고, 바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길이 1910년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된 '국치 터' 자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차로 지나쳤으면 전혀 모를 곳을 알게 된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과 슬픈 역사를 바라보는 무거움도 느껴졌다. 다시 길을 내려가다 새로 설치된 듯한 나무다리길이 나타나 '바로 이곳이구나'하는 직감에 그 길을 들어섰다. 새로 어린 나무들을 빽빽하게 심어놓은 예장공원이 한눈에 펼쳐졌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근처 직장인과 주민들에겐 좋은 산책길이 될 도심 속 공원이었다.

하지만 앞서 평범하지 않은 길의 연장으로 이 공원은 우리의 비극적 역사 위에 재탄생한 것을 가리키는 기념관들이 이어졌다. 바로 '기억6'라는 곳으로 영화에서 가끔 등장해서 알고 있는 중앙정보국 6국의 고문이 자행되었던 곳을 기억하는 빨간색 건물이 있었다. 그 옆에는 조선 총독부 관사 유구터도 있었다.

기억6에 입장하여 고문의 현장을 재현하는 영상과 소리 등을 훑어보았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마음이 들어 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졌다. 공원 아래층에는 매우 큰 규모의 기념관이 또 있었다. 바로 '신흥무관학교 설립과 봉오동 청산리로 대표되는 거부였으나 가난했던 '우당 이회영'을 기념하는 장소였다. 모든 형제들 그리고 부인인 여성독립운동가 '영구 이은숙' 등의 활약과 발자취들이 모여 있었다.

새로운 곳을 찾아 나들이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의미 깊은 탐방길이 되어 혼자지만 생일날을 뜻깊게 보내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에는 국치의 길과 인권의 길 전체를 탐방해볼 생각이다.


         (지도출처 https://news.v.daum.net/v/20170620023052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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