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맑은 날 아카시아와 장미(해맞이 전망대) 기타 재밌게 살자









황사가 매캐할 정도로 잔뜩 드리웠다가 강한 봄바람으로 물러난 휴일 오전, 전에 기분을 맑게 해줬던 전망대가 생각나 발길을 향했다. 이런저런 걱정과 신경을 쓴 결과인지 요 며칠 다시 답답증이 올라와 맑은 공기가 절실했다. 배봉산 해맞이 전망대의 뻥뚫린 전경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것만으로 가슴이 시원해져 다소 먼 길의 부담감도 이내 사그라졌다.

그리고 이때 아니면 금새 사라지는 근처 산의 아카시아 꽃과 향기를 만나는 것도 거를 수 없는 내 산책의 또 다른 이유였다. 동네산과 산책코스를 알게 된 이후 긴 세월동안 매년 시기별로 즐기는 꽃 중 아카시아의 향기는 정말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엄마가 관절이 많이 안 좋아져서 산에 동행이 힘들어지면서 나는 떨어진 아카시아꽃을 주워와 엄마에게 향기를 전했다. 늘 내가 보고 느끼고 감탄하는 것들을 엄마가 같이 느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젠 엄마의 생전 자연을 사랑했던 그 마음을 내 가슴 한켠에 담고 그 길들을 혼자 걷는다.

이내 전망대로 당도하고 예상 못했던 넝쿨장미도 만났다. 눈부신 푸른 하늘과 멀리 보이는 서울의 사방을 주욱 바라보고 장미 너머 보이는 아카시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몇몇 주민들이 멋진 이날의 풍광을 눈에 담는 정겨운 모습 중에 또 하나의 인상적인 광경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가 살아계시고 이 전망대에 같이 올라와서 저렇게 둘이 앉아 계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가슴이 또 먹먹해졌다.

내려오는 길엔 우거진 숲의 계단이 아늑하게 놓여져 더욱 낭만적이었다. 비록 혼자의 산책이지만 아카시아가 주렁주렁 달린 길게 뻗은 이 계단길의 운치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는 몇 분간 멈춰 서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또 어떤 풍경이 나를 기다릴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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