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구경-친구와 주말 나들이 기타 재밌게 살자








서울 살아도 요즘처럼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예전 같으면 벌써 다녀왔을 '핫플레이스'를 못가본 곳이 많다. 게다가 늘 엄마와 나들이를 하던 습관이 있어서, 엄마 돌아가시고는 좀처럼 혼자 발걸음 가볍게 어딜 구경 다니게 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하게 평일 낮에 같이 돌아다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친구나 지인도 거의 없고, 주말은 각자 가족과 함께라 난 옛날 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인 것이다. 이젠 서럽지도 않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새로 이사한 후 엄마랑 이제 맨날 어디 재밌는 곳, 맛난 맛집을 다니자고 하고 노트에 리스트를 채우고 있었는데 엄마가 그리 서둘러 돌아가실 줄이야... 결국 그 목록은 실행 무이고 시간만 흘러버렸다. 그간에 코로나로 그 맛집들도 어찌 되었을 수도 있으리라. 아무튼 간만에 주말에 시간이 되는 친구가 얼굴 한 번 보자를 실천하자고 연락이 와서 친구 제안으로 '익선동'으로 정했다.

지금은 수도권에 살면서 강남쪽으로 직장을 다니지만 그 친구 말이 서울생인데 정작 서울을 거의 다녀보지를 못했단다. 그래서 나랑 요즘 트렌디한 곳에 가보자고 했다. 남편이 토요일도 직장을 나간다 하니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토요일 점심 즈음에 종로3가 피카ㅣ디리극장(지금은 CGV로) 앞에서 만났다. 내가 미리 찾아놓은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아 매우 한산한 골목길을 들어섰는데, 지도를 확인하고 돌고 돌아도 그 식당은 없었다. 아마도 문을 닫았다 싶다. 그런데 극장이 있는 큰 길 뒤, 종로 한복판에 이런 시골 변두리보다 못해 보이는 좁은 골목길과 가게와 작은 공장들이 있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였다.

결국 익숙한 극장 쪽으로 되돌아 갔다. 극장 옆 새롭게 생긴 돈가스집에서 왕메밀국수와 옛날돈가스를 주문했다. 꽤 오래된 맛집의 분점이었다. 양도 많고 맛도 깔끔해서 앞으로 또 올만한 곳을 알게 되었다며 길을 헤맨 보람이라 위안 삼았다.

드디어 TV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빈번하게 나오는 익선동 한옥마을로 들어섰다. 빙글빙글 골목길을 돌며 개성 넘치며 레트로와 뉴트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상가 구경에 빠져들었다. 사실 젊은 친구들의 눈높이에서 새로울 수 밖에 없는 옛날 복고 스타일이라 대부분이 2,30대였는데, 딱 그 곳만 사람이 바글바글 하여 사진을 찍기도 여의치 않았다. 아까까지 토요일이 무색하리만치 스산했던 종로였는데, 마치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작고 낮은 한옥-다른 한옥마을 보다 낮은 지붕에 좁은 규모-들을 한국적 정서를 담아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나라별 식당이며 카페들로 탈바꿈한 것이 누가 봐도 예뻐 보일 듯했다. 외국인들은 더욱 유니크한 매력에 빠질 것 같았다. 바로 전 주 TV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도 프랑스 총각들이 이 좁은 길을 누비고 다니며 얼마나 신기해했던가.

친구와 사진을 찍고 한참을 구경했는데, 워낙 좁은 골목이고 사람들도 많아 사실 좋은 사진을 건지기는 힘들었다. 도대체 거리가 안 나오니 가게 한 면도 찍을 수가 없었다. 특수 렌즈의 카메라면 모를까. 그나저나 친구와 공통된 결론은 한 번쯤 구경할 만하다였지만 비싼 가격에 단골로 드나들며 그 좁은 곳을 자주 가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이런 핫플레이스가 계속해서 생기고 또 기존 거주하는 이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어지고, 또 한 곳이 뜨면 그쪽으로 몰려 얼마전까지 핫했던 곳이 사그라지는 돌고 도는 이상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익숙한 인사동으로 건너왔다.

도중에 낙원상가를 지나며 그곳 뒤쪽 유명한 떡집에서 엄마와 첫째 조카 돌떡 주문을 했던 기억을 친구에게 얘기하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서울 여기저기 엄마와의 기억이 거의 다 묻어있다고 애달픈 심경을 말하자 친구가 이젠 자기와 함께 하자고 해주어 고마웠다. 엄마와 다시 이 길을 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에 새삼 가슴이 메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 캠페인이 눈에 띄어 참여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 참으로 걱정이다. 암튼 카페에서 잠시 쉬다 이날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친구 남편이 좀 일찍 끝날 것 같다고 전화가 왔기에.

다음엔 어떤 서울 나들이를 갈지 기대가 벌써 올라온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정말 마구마구 다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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