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옛시절 추억과 한국 정서 가득 영화를 보자









골든 글로브와 클리틱스 초이스 영화제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고, 배우 윤여정이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이며 미국 독립영화인 <미나리>를 감상했다. 곧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이기도 하여, 작년에 꿈만 같았던 <기생충>의 아카데미 신화의 바통을 이을 지 몹시 기대하며 영화를 보았다.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가족이 촌구석 농장에서 고군분투하고 한국에서 온 친정 엄마까지 합세하며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소소하고 잔잔하게 그려졌다. 작은 독립영화답게 스케일이 크거나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오락성은 살짝 덜하다. 또 우리나라 사람이 볼 때에 남자 주연 스티븐 연의 한국어 억양과 아역들의 연기가 어색하여 살짝 아쉬움도 느껴진다.

그런 점을 차치하고 볼 때 다분히 한국 정서의 구수함이 가득 채워져 리드미컬한 제목의 '미나리' 처럼 정감이 간다. '사랑해 당신을~' 오래된 가요가 흐르고 병아리 감별 일을 하고 화투를 전파하는 등 그 연배에 있는 이들은 기억할 수 있는 시기적 특성과 그 때의 어려웠던 삶을 빛바랜 추억의 사진첩을 꺼내는 듯 하여 마음이 애잔하기도 하고. 미국 속 더욱 진한 한국의 향기가 마음을 건드린다.

한국에서 온 할머니에 대한 손자의 미묘한 감정묘사나, 2010년작 <하녀>에 이어 조연이지만 영화의 중심을 꽉 잡고 있는 윤여정의 자유로운 영혼 캐릭터, 가족의 운명이 달린 농장일과 개인적으로 나와 거의 같은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 부부의 아들 등 대부분 가난한 가족이 겪는 불운하고 고생스런, 버거운 삶의 아련한 기억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져 진한 공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미나리를 심으며 가족의 희망의 상징으로, 비록 위기가 있었지만 든든한 '빽'으로 함께하는 '할머니'의 존재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엄마와는 또다른 무조건적 내편이라는 할머니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되새기게 될 것 같다.

사실 중후반까지 극적인 것과 거리가 있고 밋밋하기도 하며, 후반부에서 감정의 흐름이 다소 비약적인 장면 등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간간이 흐르는 묵직한 음악들이 환기를 해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고 클라이맥스와 경쾌한 마무리는 좋은 여운으로 이어지게 했다. 담담한 묘사와 전개 속에서 옛시대의 상징적인 오브제들과 한국 정서의 독특한 감성이 울림을 주는 영화 <미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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