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면 매년 엄마와 봄나들이를 어디로 갈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가까운 동네산이나 산책로를 거닐기도 하고 멀리는 큰 규모의 공원이나 고궁 나들이를 돌아가며 봄을 즐겼다. 아빠가 돌아가셨던 3월 그리고 1년 뒤 또 3월에 엄마까지 돌아가시고 그 해애 다행히 오랜만에 옛지인과 어린이 대공원에서 봄꽃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이번엔 오랜만에 벚꽃 구경을 놓치지 말아야지 하며 혼자 동네 산책코스와 산으로 향했다.
이사한지 꽤 되었지만 벚꽃으로 가득한 중랑천 산책길은 처음 걸었다. 여차해서 시간을 못 맞추면 봄꽃은 어느새 다 떨어져버린다. 바쁜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집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시간을 잘 맞춰 꽃을 만나러 가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아무튼 이번엔 만개한 벚꽃이 꽃천정을 이루어 울적했던 마음이 조금은 환기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아름답고 운치있는 풍경을 엄마와 함께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니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늘 감동하던 나와 엄마의 옛날 나들이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흘렀다.



벚꽃이 다 떨어지고 이번엔 오랜만에 청명한 날씨의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기에 기운이 바닥이지만 일단 집을 나서서 배봉산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경사지는 심장에 무리가 있어서 거리가 길어 버겁지만 둘레길을 돌기로 하고 천천히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감상하며 나아갔다. 이제 조금씩 피기 시작한 철쭉과 채도 높은 원색의 꽃들이 길따라 조금씩 피어있었다. 거의 둘레길 한바퀴를 돌았나했는데 화살표 방향 따라 갈래길에서 꺾은 길이 산정상 전망대 가는 길임을 늦게서 알게 되었다. 이왕 들어온 길 오르막이라 조금은 힘들지만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올라가 보았다.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안 된 것 같은 넓은 산정상의 '해맞이 전망대'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남산타워와 북한산, 삼각산이, 반대쪽은 잠실타워와 남한산, 용마산, 천마산까지 포토아일랜드라는 안내표지판 그대로 시야에 다 들어오니 정말 장관이었다. 날씨가 워낙 좋아 먼 산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설렘과 기대가 슬슬 올라오는 좋은 봄날이지만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더욱 차오르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잘못 들어선 길 끝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다니... 때론 모르는 길을 선택하고 모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 시원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볕을 쬐다 이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힘들 때 돌아가라는 말, 천천히 가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말, 오늘 명언 체험의 날이었던 것 같다. 인생 뭐 있나, 이렇게 혼자라도 이것저것 소소하게 보고 느끼고 즐기며 사는 거지. 그러다 보면 좋은 일도 가끔 있겠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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