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재밌는 수다와 스토리텔링으로 영화에 빠지게 하는 힘은 탁월한 우디 앨런 감독의 2017년 작품 <원더 휠>이다. 1950년대 코니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복고 스타일의 감성이 풍성한 이 영화는 삼각, 사각, 불륜 관계의 복잡한 멜로에 각자 인물들의 사연과 갈등이 엉켜있으면서 묘하게도 심각하거나 무겁지는 않다.
물론 우디 앨런 감독 특유의 끝없이 이어지는 대사와 독백까지 꽉 찬 오디오 풀 가동 시스템은 여전해서 한참을 집중하고 흥미진진해하면서 한편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은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고민에 가득하고 고단한 쳇바퀴 인생만큼이나 끝날 것 같지 않은 말소리는 관람차 '원더 휠'과 같이 계속 돌고 있다.
이 중심에 있는 지니 역의 케이트 윈슬렛이 보여준, 히스테리와 신경쇠약에 곧 골이 깨질 것 같은 연기는 보는 이도 정신이 홀딱 넘어갈 정도다. 주인공의 과거 꿈이기도 한 연극을 곳곳에 배치한 느낌으로 태양광에 의한 조명 효과나 길게 이어지는 대사 등 미술과 극적 재미도 쏠쏠하다. 탈출을 꿈꾸는 허망한 인생에 대한 은유와 현실의 씁쓸함이 잘 표현된 영화 <원더 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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