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대필 손편지와 치유 책을 읽자








일본 영화를 즐겨 보는 이유가 일본 정서 특유의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서정적인 드라마로 치유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급하고 격렬하지 않지만 슬로우 무비와 비슷한 느낌의 소설을 우연찮게 발견하여 소개하려 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날이 풀려 잘 가던 산책로를 찾았는데, 마침 그날 도서관이 재개관을 하여 반가운 마음에 산책은 살짝 흉내만 내고 이내 작은 도서관으로 입장하였다.

눈의 피로 때문에 가급적 활자를 피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종이를 사각사각 넘기며 책을 읽는 본연의 맛은 가끔이라도 즐기지 않을 수 없어 재밌는 책이 어디 있나 한동안 찾아보았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소설은 이미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누가 빌려 간 것으로 보여 그냥 제목을 훑어 보는데, 영화로 얼마 전 감상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왠지 닮아 보이는 [츠바키 문구점]이 눈에 쏙 들어왔다. 보아하니 사람 손을 꽤 탄 것 같고 번역도 익숙한 (에세이집으로 만났던) '권남희'였다.

손쉽게 히가시노 게이고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고를까도 하다가 아직 잘 모르는 작가 '오가와 이토'를 검색해보니 꽤 좋은 작품들을 내놓은 것 같아 바로 대여를 하여 집으로 향했다. 상당히 두꺼워 하루에 30 페이지 정도 조금씩 읽으면 반납일을 맞추되 왼쪽 눈에 무리가 가지는 않겠지 하며 첫 장을 넘겼다. 그리 흔하지 않은 대필가의 소소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되고 첫 에피소드가 반려 원숭이를 잃은 지인에게 보내는 조문 편지를 부탁받고 이어서 이혼보고편지를 대필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 신선한 재미와 흥미로움이 가속화되었다.

일본이란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또 극명하게 대비되는 극악함에 대해 사실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화와 칼] 등 책으로도 나왔고 현재도 비상식적인 일본 정부나 극우파들의 행보와 한편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의식있는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안다. 훌륭한 문학과 전통을 이어온 문화가 존재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이 책을 통해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예의와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정서의 풍부함에 감탄하게 된다.

편지의 목적이나 내용 뿐 아니라 의뢰인과 받을 사람의 취향과 기분까지 고려하여 츠바키 문구점 주인이자 대필가인 포포가 종이질에서 펜의 종류며 우표의 디자인까지 깨알 같은 디테일로 하나하나 써내려가는 이야기에 어느새 마음 온화함을 받으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거의 쓰지도 않는 글씨, 특히 편지는 이미 사라진 요즘 온갖 정성과 수고가 들어가는 전통문화로써의 대필가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짚어 보는 좋은 독서였다.

편지마다 포포가 쓰는 글자들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느낌을 주는 유려한 문체를 음미도 하고 태어날 때부터 외로웠던 포포가 대필가로 생활하면서 타인과 인연을 쌓고 서로 치유되는 감동도 공유할 수 있는 섬세하고 온화한 소설이다. 문구점 빼고 장소들이 그대로인 전통이 잘 살아있는 가마쿠라 마을을 급하게 다녀온 번역가 권남희의 후기와 내용 중 나온 편지들이 부록으로 첨부되어 아기자기한 맛까지 느낄 수 있다. 드라마로도 나왔다하니 꼭 봐야지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