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고정관념과 성차별 속에서 지휘자에 도전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영화 <더 컨덕터>를 봤다. 사실 음악을 전공했고 합창지휘도 했지만 여성 최초로 뉴욕, 베를린 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실제 인물 '안토니아 브리코'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여성은 거의 인간 취급도 안 하는 때였으므로 그녀가 겪은 온갖 조롱과 무시는 말 안 해도 뻔했을 것이다.
거기에 가족사에서도 기구한 운명을 지녀 영화는 음악과 사랑과 부모에 대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느 분야에서든 낡아빠지고 말도 안 되는 관행이란 허울을 뚫은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중 지금도 그리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클래식음악의 지휘자 '마에스트로'의 자리를 얻기는 너무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최초의 '마에스트라' 타이틀을 얻은 주인공의 좌절과 집념이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도 큰 공감을 느끼며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여성이 지휘석에 오르는 것만으로 야유하고 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폭력적 옹졸함과 남자고 여자고 그 변화를 단번에 잘라버리려는 장면들에서는 기가 막히기도 했다. 인류의 미개함은 사실 현재에도 진행중이긴 하지만. 그러나 음악이란 진실 앞에서 그 높은 벽이 무너질 수 있음을 짜릿하게 보여주어 한편으로 대리만족도 느꼈다. 전공자로서 음악 영화를 볼 때 특히 연주 장면 연기에 민감한 편인데, 건반의 위치나 지휘 동작 등에서 틈이 보여 살짝 아쉬움은 있었다.
음악을 너무도 열정적으로 사랑하여 개인적 아픔도 감내했지만 끝내 그 자리에 오르게 된 훌륭한 음악인으로서 안토니아 브리코를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영화 엔딩에 나온 자막의 내용이 앞으로 남은 벽이 여전히 높음을 알려주어 씁쓸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입증된 실력에도 끝내 수석 지휘자는 못 되었고(객원 지휘자만), 아직도 여성지휘자를 크게 인정하지 않은 숫자 상의 지표들은 큰 화두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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