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이렇게 1년이 벌써 다 지났다고? 작년 12월 영화일기에 그리운 엄마와 웃음교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새해에는 더 활동적이고 씩씩하게 지내고자 다짐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췄다. 몇 달 전이나 어제나 오늘이나 거의 다르지 않은 매일 돌아가는 기계나 마찬가지의 루틴의 연속이니, 거의 시간에 갇힌 기분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혼자의 고립감에서 벗어나고자 나름대로의 붙임성을 무기로 연락을 취해 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들도 다 사는 게 바빠서인지 아님 내 처지에 부담이 느껴지는지, 결국 난 혼자의 시간으로 또 하루를 채운다. 헛헛한 이 마음은 끝이 없을 듯.
결국 영화와 드라마, TV 예능 프로그램(방구석1열, 놀면뭐하니, 유퀴즈, 1박2일, 싱어게인, 히든싱어, 옥탑방문제아, 무엇이든물어보살, 도레미마켓, 나혼자산다, 온갖 집방 프로그램 등등) 그리고 올해 새로 발견한 오디오북 청취... 이렇게 나의 1년이 금새 사라졌다.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았던 작년에 비해 오히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슬픔은 더해가고 아픈 몸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려 하기에 사실 빈곤까지 겹쳐진 지금을 어떻게 넘겨야 할 지 생각이 막혀있다. 이 시간도 또 지나가겠지만 아무도 없는 내 삶의 남은 날들은 계속 나를 따라올 것이다. 그냥 받아들여야겠지. 아무쪼록 새해에는 '진짜진짜' 조금은 나아지기를 빌어본다.
(영화관 감상* 0편, 집에서 26편-따로 포스팅 한 작품은 #)
(2020년 총결산 영화관 * 16편, 집에서 197편 =총213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좋은 치유드라마라는 점 이전에 일본의 전근대적이고 폭력이 난무하는 회사 분위기에 거의 충격이었다. 요즘 군대에서도 그런 인권유린은 흔하지 않을 텐데,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니 할말이 없다. 어디든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과 야만적 관행이 여전한 듯. 추천!

<불루 아워>-해가 뜨고 질 때 푸르스름한 빛이 드는 시간을 뜻하는 제목으로 등장 인물들이 죄다 조울증으로 보인다. 마치 약을 한 듯한 감정표현이 이상한 일본 드라마 영화. 심은경의 일본어 연기는 상당히 자연스럽다. 캐릭터가 평범치는 않지만 삶의 소중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 감동은 있다.

<일일시호일>-다도수업과 함께 하는 주인공의 녹록치 않은 청춘에 공감이 간다. 정적인 일본의 다도를 보면서 답답하면서도 은근히 안정을 느낄 수 있다. "걱정이라 여기지 않는 자는 지혜롭다" 라는 명언과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다도에서 세상의 이치를 말하는 아름답고 은은한 작품. 강력 추천!

<오 마이 그랜파>-로버트 드 니로 주연이라 봤는데, 온통 욕에 저질 미국식 불쾌한 코미디로 가득해 매우 아쉽다. 정말 오 마이...

<징글쟁글 저니의 크리스마스>-흑인이 주인공을 맡은 뮤지컬 판타지 가족 넷플릭스 영화. 인형 스톱모션이나 장난감 가게의 아기자기한 미술이 큰 공을 들여 눈이 즐겁다. 노래들도 다 훌륭하고 소울 충만한 소름돋는 가창력이 일품이다. 포레스트 휘테커가 노래를 부르는 것도 볼 수 있고 리키 마틴의 목소리 출연도 신선한 영화. 추천!

<매직 오브 벨 아일>-삶의 의지를 내려 놓은 나이 지긋한 작가가 아이들이 있는 집의 이웃으로 오게 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다소 뻔한 클리세가 주를 이루지만 모건 프리먼의 무게감만으로도 감상할 만하다. 추천!

<크리스마스 연대기 : 두 번째 이야기>-시즌 영화로 그냥 볼만했던 영화의 2편. 산타 역의 커트 러셀의 실제 부인인 골디 혼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벌써 연세가 75세가 넘었는데 미모가 여전하시다. 영화는 적당히 모험, 판타지의 시각적 재미가 있어 즐길 만하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기적은 받을 만한 사람에게 온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 입은 길고양이가 바닥에 있던 착한 남자를 구해준 실화의 감동에 잔잔하게 드라마를 전개시켜 재미도 있다. 얼마 전 후편이 나왔는데, 안타깝지만 밥은 이제 세상에 없다하니 가슴이 벌써 먹먹하다. 어릴적 키웠던 고양이 철이와 거의 판박이어서 영화에 더 몰입했다. 강력 추천!

<만능감정사Q 모나리자의 눈동자>-아야세 하루카 주연의 2014년 미스터리 추리 영화. 뻥이 좀 심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다.

<키싱 부스2>-여주는 뭘 해도 OK? 청춘의 달달함에 질투가 들기도 하지만 전편보다 더 아기자기한...

<날 용서해줄래요?>-위조범이 된 어느 작가의 실화. # 강력 추천!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에이사 버터필드 출연작은 필수 감상! 성장통도 필수라는 이야기. # 강력 추천!

<한큐전차 편도 15분의 기적>-이런저런 여러 형태로 괴롭힘을 당하고 어려운 인간관계를 못 끊고 사는 이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어느 노선의 전철을 매개체로 연결시킨 치유 드라마. 간접적이라도 속이 후련하게 해결되는 스토리라 좋다. 강력 추천!

<서치>-모니터 화면 만으로 이뤄진 독특한 형식이 일단 획기적이다. 온라인과 매체 등으로 실종된 딸을 찾는 전과정이 거의 다큐멘터리와도 같다. <스타트렉>의 훈남 한국계 존조가 주연으로 좋은 연기를 보였다. IT시대에 개인의 모든 것이 다 드러날 수 있다는 것에 섬뜩하기도 하다. 강한 긴장감과 강렬함은 없으나 흥미진진하다. 추천!

<스트로베리 나이트 극장판>-아름다운 배우 다케우치 유코의 2013년 수사물. 그녀의 유작들을 앞으로도 계속 찾아봐야겠다. # 추천!

<릴팅>-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남자 친구와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국인 어머니. 통역을 사이에 두고 두 주인공이 조금씩 과거를 되짚으며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섬세하고 감성적이다. 오락적이지는 않으니 참고!

<하이큐!! 땅 vs 하늘 극장판>-주인공인 히나타와 카라스노고 배구부가 나오지 않은 외전. 전국 대회를 위한 두 경기만으로 된 이야기라 극장판이라 하기에 좀 아쉽다.

<신부들의 전쟁>-결혼에 목숨을 건 여자들이란 구시대적 스토리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2009년 작. 여주인공들의 미모와 화려한 결혼식 보는 걸로 만족해야 하며 웃으라고 하는 싸움 장면에서 웃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엔딩에서 단짝의 모습은 부러워서 서러웠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주인공 고양이 '나나'의 카리스마와 연기력에 주목. 최루성 스토리가 아쉽지만 감상할 만하다. # 추천!

<지구가 끝장나는 날>-초반 알콜 의존증 환자의 진상과 헛소리를 계속 들어야하나 했는데 갑자기 외계인 SF로 전환되어 신선하기는 하나, 막 가자는 황당한 전개는 전입가경.

<40만 킬로 저편의 사랑>(4부작)-우주에서 혼자 임무를 다하는 남자와 지상에서 취재를 맡은 여자 그리고 AI 등 SF 로맨스라는 신선한 소재의 일본 드라마. 다혈질 성격의 남주가 우주비행사 자격 시험을 통과했다는 점은 오류가 아닐까 한다. 추천!

<경이로운 소문>(16부작)-웹툰 원작으로 통쾌한 복수 장면이 관전 포인트인 OCN 판타지 액션 드라마. 스토리와 캐릭터 등 기본이 탄탄하여 끝까지 기대를 갖고 볼 수 있을 듯. 강력 추천!

<허쉬>(16부작)-소설 원작이며 신문사 소재의 jtbc 드라마. 언론 내부적 부조리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드라마처럼 권력에 희생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답답하다. 감성을 건드리는 전개로 눈물이 꽤나 나오는 드라마라 살짝 무겁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트렌디하고 빠른 스피드의 tvn 드라마를 선호하는데, 깊은 감정을 건드리는 이런 드라마는 지금의 나에겐 좀 무리가 느껴져서... 너무 울면 심장이 아프다. 강력 추천!

<철인왕후>(20부작)-잘나가던 남자 셰프가 조선시대 어느 중전의 몸으로 들어가서 온갖 파격을 행하며 궁 안의 세력다툼에까지 놓이게 된다는 매우 파격적인 소재가 우선 재밌다. 특이한 로맨스와 정치 싸움이란 역사적 스토리가 만나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드라마 명가 tvn 작품. 강력 추천!

<낮과 밤>(16부작)-남궁민의 열정 캐릭터를 다시 우려먹는 느낌은 있지만 SF와 미스터리 범죄적 스토리가 꽤 흥미진진하고 반전이 이어져 역시 결과가 궁금하여 열심히 시청중인 tvn 드라마. 추천!

<환상특급 시즌1>-아주 옛날 요상하고 은근한 공포를 줬던 '트와일라잇 존'(1950년)의 두 번째 리메이크(2003년) 이후 16년 만(2019년)에 돌아온 시리즈로 역시 흥미진진하고 특유의 재미가 넘친다. 3화는 특히 한 편의 미스터리 영화라 해도 될 정도의 극적 재미가 크다. 한국계 배우들도 꽤 나오고 다양한 인종과 시대 비판의 메시지도 담겨 즐길만 하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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