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앵콜 공연으로 진행된 웰메이드 창작극 <지상 최후의 농담>을 지인과 관람하고 왔다.
처형의 순간을 맞이하는 6인의 전쟁포로들이 죽음을 몇 분 앞두고 인생 정리와 또는 인간 본성에 의한 치졸함 사이에서 다각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역설적 웃음과 의미가 풍부한 연극이었다.
무겁고 무서운 현실 배경으로 아이러니 코미디, 유머가 펼쳐지는 독특한 구성이 초반부터 인상적이었으며 구구절절 서글프고 처참한 그들의 사연과 상황 속에서 웃음으로 귀결되는 대사들이 여러 변주를 거치면서 많은 인생의미가 내포된 농담 퍼레이드로 전개되어 웃으면서도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삶과 죽음이 뒤엉킨 그들이 던지는 복합적 감각적 농담이 연극관람 그 자체의 단순함을 넘어서는 예리한 통찰로 다가오며, 극적인 처형 상황이긴 하나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죽음이란 의미가 매우 크게 피부에 닿는 경험을 주니 남다른 감성의 시간이라 하겠다.
인간 내면을 매우 섬세하고 섬뜩하게 묘사하며 코디미로 변환시키는 재기 넘치는 이 연극은 죽음이란 엄중함 앞에서도 살겠다고 발버둥거리고 뻔뻔함을 고수하는 인간의 되풀이되는 어리석음과 한심함이 요즘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인생은 가까이에선 비극이나 멀리서는 희극으로 보인다는 말이 연상되었으며, 6인의 포로와 집행자와 마지막 노배우의 독백 연기까지 최후의 농담이 던지는 함축적 메시지가 내내 분주하게 머릿속을 돌아다녔던 강렬한 수작 <지상 최우의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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