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후드>, <비포 미드나잇>,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 <스쿨 오브 락>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남기고 있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또다른 스타일의 독특한 코미디 청춘 영화 <에브리바디 원츠 썸> 시사회를 옛제자님과 관람하고 왔다.
처음부터 화면 가득히 채워지는 80년대 복고 패션과 스타일의 완벽 재현에 잠시 진짜 고전 작품을 재상영하는 것 아닌가 착각이 들기도 했듯이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지금과 비교해서 워낙 낯설고 옛스럽고 전혀 다른 시대를 느끼게 하는 감성이 제대로 드러나 신기하고 색다른 재미가 컸다.
대학 야구부 청춘들의 단순하고 놀랍도록 황당한 놀이문화와 온통 이성에 대한 생각과 자유분방한 모습들이 특별한 사건이나 위기가 배제된 전개 속에서 초반 약간의 생경함을 불러 일으켰으나 점점 이 보기만해도 웃기는 촌스러움들,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콧수염에서 패션과 전반적인 트랜드까지 지금 보기에 진풍경들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서 개강 전까지 젊음을 불태우는 그들의 온갖 기발한 놀이와 얼빠진 대화에 유쾌함이 전염되어갔다.
거기에 고전팝들, 디스코, 컨트리, 펑크록 뮤직 등 그 시절의 복고 음악의 발랄한 리듬과 원시적이고 조악함으로 풍성한 막무가내 장난과 일탈 행위들이 개인적으로 이해불가이긴 하지만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기발할 정도로 귀여운 악동짓인지 신선한 재미와 코믹함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단세포적 모습들에서 오는 엉뚱한 유머의 뒷맛은 사실 씁쓸함이 녹아 있다 하겠다. 지금의 최악의 자본주의 경쟁에 의한 부당하고 어이없는 양극화사회 속 젊은 이들에게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전혀 다른 우주, 다른 세계의 인간들로 보여지는 안타까운 현실감이 영화 내내 오버랩이 되면서 감독이 자신이 경험했던 옛날 일들에 대한 추억을 꺼내 보여주는 이유가 왠지 쓸쓸하게 다가오기도 하여 미친듯이 놀지 못하는 이 시대의 슬픔이 더욱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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