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실제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밀실 감금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엠마 도노휴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겨 유수의 영화제 수상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 4개부문 후보에 오른 캐나다, 아일랜드 영화 <룸> 시사회를 엣제자님과 감상하고 왔다.
이제 다섯 살 생일을 맞은 아이와 엄마의 매우 일상적이고 행복해 보이기까지한 서두의 모습에 이어 가히 충격 그 이상이라 할 좁은 방에서의 믿기 힘든 정황이 드러났다. 거의 그 놀랍고 처참환 실화의 상황에 입을 다물 수 없어 한참을 그저 지켜보며 안타까움에 빠져있는데, 한편 그 어린 천사와도 같은 순수한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담담한 내레이션을 곁들이는 색다른 구성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하였다. 다수의 신인 연기상을 수상한 아역 제이콥 트렘블레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기도 했다.
창고 방이 세상 그 모든 것이라 믿는 아이와 살기 위해 겨우겨우 버티는 엄마가 결국 탈출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시작하고 그 무섭고 극도의 긴장감을 생생히 살린 긴박한 시간들을 아이의 시선과 감각을 최대한 살린 섬세한 묘사로 보여주어 이제껏 경험해 보지 않은 색다른 공포와 떨림을 느껴 숨조차 크게 쉬기 힘들었다.
중반 이후 끝나지 않은 아픔의 시간들과 아이와 엄마와의 애틋한 사랑의 힘을 다각적인 에피소드에 담아 조금이나마 공감을 하게 되었고, 경악을 금치 못할 실제로는 더욱 잔인했다는 문제의 범인을 비롯해 넘치고 넘치게 많은 혼탁한 세상사에 분노를 넘어선 환멸감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영화가 다룬 극도로 흉악한 사건을 그저 스릴러 범죄물로 풀지 않고 아이의 순수한 영혼의 목소리와 시선으로 다룬 점에서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 한편으론 더욱 비애감이 크기도 하였고, 보통은 오락물로 소비하고 넘기는 많은 범죄물이나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이 겪는 상상도 어려운 뼈아픈 고통을 조금은 이해하고 역지사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회로 갔으면 하는 바람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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