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일곱집매> 이 땅의 여성의 삶과 한이 절절하게 각종 공연,전시회에 가자



평택 안정리 미군캠프 험프리 부근 기지촌 여성들에 관한 연극 <일곱집매>를 선배언니와 보고 왔다.
 

 

7개의 문이 다닥다닥 붙은 쪽방집에 어느 독거 노인 시체가 별견되고, '입양'을 매개로 한국 기지촌 여성의 인권과 미국 여성의 인권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논문을 작성 중인 '하나'의 인터뷰를 거부하던 흑인 혼혈 아들 '마이클'을 미국으로 어릴적 입양 보낸 비참했던 과거를 가슴에 묻고 사는 '김수녕 할머니'가 서서히 과거를 꺼내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반복했던 대답들 그러나 현실의 삶은 변함이 없고, 시대가 변해 이제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필리핀 여성 '써니'와 같은 이주 여성들이 기지촌을 대신 채우게 된다.

 

심각하고 슬픈 근현대사를 근간으로 한 나라가 시키고 관리했던 여성 매춘이란 신랄하고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고발로 관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수다스런 '화자' 할머니의 구수한 욕설과 촌천살인의 통쾌한 콩글리시를 포함한 호통이 폭소탄으로 곳곳에서 터져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번득이는 대사들이 내내 극의 몰입을 꾀했다.

 

코미디와 웃음으로 승화시킨 짜임새 있는 극본의 강한 힘이 살아있는 이 작품은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과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역시 연극배우들의 연기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놀라운 열연에 소극장 연극의 짜릿한 연극의 맛을 오랜만에 되새김질 할 수 있었다.

 

"나라 없이 끌려 간 일본군 위안부, 그런데 나라가 있는데도 몸뚱아리를 팔아야 하느냐...", 일본군 들어온 후 집창촌이 생기고 그 이후로 집집마다 땅속에 혼혈 갓난아기들이 7명은 묻혀있다 하여 동네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 등 화자 할머니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지고 토해지는 굴곡의 우리 역사와 여성의 한이 보는 이의 가슴을 치게하고 울화가 솟구치게 했다.  

 

결국 할머니의 인터뷰 녹취가 시작되고, 군대에서 내 준 통행허가증이나 가난한 시절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여러 사례들이 하나하나 우리의 치욕의 역사를 증명하였다. 애국자며 외화벌이 하는 거라며 치하한 국회의원 얘기에서 미군에게 팔려가는 여인들의 이야기까지 광분할 여성인권 유린의 현장 증언이 계속되니 객석의 침통한 분위기와 짙은 한숨이 보통이 아니었다.

 

늙은 어머니의 가슴 아픈 고백에 슬픔을 보이지만 결국 취재인 '하나'나 우리 모두는 타인일 수 밖에 없는 메워지지 않은 간극이 있음을 역살하며, 연극은 국가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희생과 불합리한 횡포에 대해 되물었다.

 

곳곳의 어렵지 않은 영어 대사를 비롯해 인물들 각자의 캐릭터와 대사의 문학적 비유.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감정선 등 메시지와 감정 전달에 있어 깊이있는 작품이었으며, 다소 늘어져 아쉽지만 가슴 아린 여운을 남긴 결말까지 많은 이들이 관람하여 알고 치유와 변화의 힘에 무게가 실어지기를 바라게 되는 연극 <일곱집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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