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다이어리> 무거운 서사 대작, 음악이 압도적 영화를 보자


실화라는 오픈 문구, 죽음을 사랑한 해부학자 아버지를 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음울한 목소리의 나레이션, 서두부터 그 둔중한 비애감과 비극이 예고되는 독일,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영화 <폴 다이어리> 시사회를 피아노 제자분과 다녀왔다.   
 

 

14년간의 기회, 천여 명 엑스트라, 6개월에 걸쳐 제작된 세트, 유럽식 서사 드라마의 블록버스터라는 영화 광고 문구가 과장은 아닌 이 작품은 웅장하고 서사적인 드라마틱한 음악이 내내 분위기를 압도하며, 1914년 에스토니아 나폴레옹 영지 '폴'에 어머니 시신과 함꼐 도착한 14세 소녀 '오다'가 경험한 슬프고 특별한 기억들이 면밀히 그려졌다.

 

사실주의적 표현이 그렇듯이 자연광의 침침하고 무거운 톤에 의해 더욱 처절한 현실적 디테일한 시대 재현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누르는 부담감도 꽤 컸으며, 외로움에 갇힌 러시아가 낯설기만 한 독일 소녀의 우울한 감정이 영화 내내 이어지는 많은 장면에서의 사람이나 동물의 죽음과 관련된 오싹하고 차가운 앵글과 혼재되어 기묘하고 생경하고 어둡고 축축한 서스펜스를 고조시켰다.

 

영화는 매우 극사실적 표현에 의한 느린 템포 덕에 본론까지 스토리의 전진이 다소 미뤄져 사실 흥미도와 집중도면에서 그리 높지는 않았다.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독일과 러시아 연합의 지배하에 있던 에스토니아인과 투쟁 중인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들이 이야기의 큰 골자이긴 하나 전반적으로 직접적 해설도 없고, 생소한 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낮은 나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에게 이야기의 이해도가 쉽지만은 않았다.

 

다만 가족끼리 집에서 수준 높은 실내악 연주회를 하는 지식층과 무참히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아나키스트들의 대비흫 통해 그 시절의 처참함을 가늠할 뿐이었다. 스토리의 전개에 있어서는 다소 요즘 영화의 트랜드와 달리 지루함 마저 느껴지고 이야기 흐름에 있어서도 친절하지 못한 점이 있지만, 아름다운 독일적 훌륭한 음악들이 서정적으로 흘러 영화를 전적으로 이끌고 있어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매우 극명하게 대조되는 무서운 살육 그리고 14세 소녀의 남다른 비밀 치료 이야기가 세세히 흐르며 그 시대에 대한 놀랍고 피비린내 나는 무서움이 영화 가득했으나 앞서도 말했지만 생경하고 낯선 시대와 문화, 사회주의, 니콜라스 2세 혁명의 시대, 귀족을 위한 다수의 노동계급의 비극 등 이야기들이 말하는 폭력과 인간의 광기 등 시대의 비극을 관객으로서 다 공감하기엔 다소 버거운 감이 있었다. 

 

전쟁이 터져 또 한 번의 뒤틀린 운명의 틈바귀에 갇히게 된 어린 소녀와 도망 중인 한 아나키스트의 절박하고 애절한 우정과 슬픈 사랑이 안타까운 절망감을 남기는 이 이야기는 심오하고 난해한 점이 있긴 하지만 감동적인 음악과 남다른 깊이감의 비애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대작이었다.

 

작품이 현존하지는 않지만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오다 셰이퍼'의 실화이며 그 쓸쓸함의 긴 여운이 남는 <포 미니츠>의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작 <폴 다이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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