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소설로 읽으니 감성이 더 생생하다 책을 읽자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로 이미 재미와 감동을 먼저 받은 후 원작인 소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읽게 되었다.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와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발표 예정인 소설이 이미 드림웍스에 판권이 팔리기도 했다는
매튜 퀵의 이 소설은 영화의 강렬하고 발칙한 재미에 더해서 글을 통해 전해지는 좀 더 섬세하고 세밀한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여 영화와는 또 다른 감성과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인물 구성원이나 에피소드와 분량 면에서 영화와 차이점이 있는 이 소설은 철 없는 다혈질 마초맨 '펫'의 남다른 정신세계와 괴팍한 행동 등이 영화와 비슷하면서 한편 그가 사랑의 실패로 몇 년의 시간을 삭제한 채 몸부림을 치는 연유를 매우 다각적이고 독특한 전개를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끄는 매력이 큰 작품이었다.

또한 정신줄까지 놓은 아들을 어린 아이인냥 보살피고 달래는 엄마와 불같은 성격 유전자의 근원지인 아버지까지 주인공 집안을 보여주며, 현재 점점 늘어가고 있는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식과 노부모와의 동거라는 신풍조를 엿보여 주고 있다. 상대 역의 '티파니'도 부모집에 있기도 한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경제난과 청년 실업, 평균 수명의 급격한 증가 등 사회와 연결된 개인의 생활 모습이 바뀐 것도 이야기 속에 잘 드러나 있다 하겠다.

그에 더불어 감정을 조절하거나 성숙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는 그만큼 개인의 삶의 질, 사랑이란 감정을 획일적인 사회에서의 성공보다 우선시 하는 사회상의 바뀜을 나타내며, 어찌보면 시대의 자연스런 흐림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펫과 같이 정신적 장애가 증가하고 그에 앞서 과잉 보호, 의존 등의 미성숙 문화 형성으로 이어지는 점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소설은 사랑 때문에 망가진 독특한 남녀가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굵은 주제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인물 묘사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디테일한 사건 사고가 매끄러운 문장으로 표현되고 있어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앞서도 말했지만 특히 주인공 펫의 속 마음과 감정의 변화가 매우 리얼하면서 촘촘하게 펼쳐지고 있어 다소 병적인 그의 도발이 난감하기도 하지만 막상 그의 집착과 일상을 버티기 위한 기이한 행동들이 글을 읽고 있는 나와도 겹치는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실연과 일상의 비극을 맞는 이들의 감정이 매우 실감나게 그려졌고, 유난히 감수성 예민한 나와 닮은 주인공들의 상처 받은 마음이 어느새 내 감정과 교차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구름 가장자리에서 서서히 퍼져 나오는 은색 희망의 빛 '실버라이닝'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듯 톡 쏘는 재미와 뭉근한 감성이 매우 큰 몰입감을 주는, 간만에 소설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 작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었다.


* 본문 중 *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연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기보다 더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테고, 각자 자기 마음에 어떤 화학 작용이 소용돌이치느냐에 따라 인생이란 여정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테니까요." -펫의 심리상담 클리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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