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우리의 또다른 역사의 아픔을 시적 영상으로 영화를 보자



만장일치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과 프랑스 브졸국제영화제 황금수레바퀴상을 한국영화 최초로수상하는 등 국내외 영화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우리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언론시사회를 친구와 다녀왔다.

제주도민들로 이뤄진 멀티테스킹의 배우 제작진들과 
오멸 감독의 무대인사가 먼저 있었다. 무겁고 슬프지만 가볍게 감상해 달라는 감독의 말이 끝나고, 뿌연 연기에 싸인 침침하고 어둑한 흑백톤 영상이 이야기의 비극을 예고하며, 1948년 제주섬사람들이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들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미군정 소개령을 듣고 초토화 작전을 피해 피난길에 오르는 매우 비참한 제주도의 한 역사가 재현되었다.

우리나라 영화를 자막을 통해 봐야하는 특이한 상황에 살짝 웃음도 나왔는데, '한글자막 없이 볼 수 없는 한국영화'를 만든 국내 최초의 오멸 감독이란 홍보자료 문구처럼 진짜 자막 없이는 알아 들을 수 없는 구수하고 순진한 주민들의 소란스런 대피 모습이 웃음과 동시에 처연함을 전하고 있었다.

살벌하기 그지 없는 토벌군에 혈안이 된 군인들과 보기만으로도 억울하고 기가 막히는 제주민들의 피난 중이지만 일상의 소소한 걱정 타령과 말다툼들이 아이러니하게 펼쳐지니 엉뚱함에 웃음이 계속되고 한편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광주사건과 달리 영화를 통해 수면 위로 처음 올라오는 제주 4.3을 마주하면서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사뭇 충격이라 아닐 수 없는 이야기가 섬세한 감독의 형식미와 견고한 연출로 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한편 먹 색은 감정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표현한다 믿었던 감독의 전공인 한국화를 닮은 영상들은 아름답고 슬픈 동시에 원색의 선혈을 걸러주는 절제적 느낌까지 마치 시처럼 흘렀으며 처참한 학살의 서사와 함께 비애적인 현악기의 멜로디가 더해지니 보는 이의 가슴 먹먹함은 극에 달했다.

제주어로 감자인 '지슬'을 나눠 먹는 천진난만한 제주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예고된 비극이 점점 다가오니 울분과 분노가 점점 끓어 올랐다.

이 영화는 잃어버린 우리의 과거사, 국가권력의 횡포에 짓밟힌 무고한 국민 3만 명이라는는 무거운 내용 전달도 있지만, 먼저 예술적 완성도 높은 아름다운 영상과 조용하며 절제적인 미학적 영화 예술로의 승화라는 점도 크게 주목할 점이었다.

집에 남겨진 어머니를 살피고 지슬을 구해서 돌아온 아들의 옆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가슴 저린 장면이었으며 관객을 사로잡은 여러 캐릭터들의 여정을 영화는 신위, 신묘, 음복, 소지 등의 제사를 지내는 형식으로 묶어 죽은 자에게 위로와 산 자에게 치유라는 위령제의 의미를 더한 점도 마지막 장엄한 장면까지 가슴에 진한 각인을 남겼다.

슬프면서 우아한 제주도 영화 <지슬>은 그 의미를 더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먼저 상영을 시작하여 이미 큰 흥행을 이뤘는데, 오멸 감독 왈 "관객이 많이 오면 기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슬픈 기분이 든다. 생전 극장에 오지 않을 것 같은 어르신들이 영화를 보러 오셨다. 이들이 4.3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분들이다. 이 슬픔이 치유가 되고 4.3에 대한 생각이 공유돼야 더 많은 기쁨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한다. 3월 21일 개봉하는 이 영화를 다들 꼭 보기를 바란다.


덧글

  • bgimian 2013/03/13 13:08 # 답글

    CGV 꼴라쥬에서 상영해주던데, 부산 같은 지방쪽에는 상영관이 없는 거 같더군요.
    영화제때 봤으면 좋았으련만
  • 라우렐린 2013/03/13 16:11 #

    부산에서는 국도예술관에서 상영할 계획이 있습니다.
  • realove 2013/03/15 08:49 #

    덧글과 답글, 방문 감사합니다~
  • 쩌비 2013/03/15 09:04 # 답글

    영화제 수상이 아녔으면 잊혀졌을 법한 영화네요. 상영관이 어딘지 찾아봐야겠어요.
  • realove 2013/03/15 09:47 #

    네, 맞아요. 개봉하면 꼭 찾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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