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리의 꿈> 명화같은 영상미 그러나 내용 전달에는... 영화를 보자


이수현과 부도리가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에 제작을 하게되었다는 서두자막이 뜨고, 실사로 의심되는 환상적인 숲의 풍경과 정감있고 감미롭고 아름다운 클래시컬한 코마츠 료타의 음악이 시작부터 깊이있는 감성을 전해줬다.

개봉 첫날 한가한 상영관에서 혼자 보고 온 <부도리의 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향을 받았다는 일본의 국민 작가 미야자와 켄지의 소설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으며, 죽어가는 숲을 살린 고양이 '부도리'의 여정을 담은 내용으로 고양이라는 감수성 예민하고 간진간질한 촉감까지 사랑스런 느낌이 풍기는 동물을 의인화 한 캐릭터가 우선 눈에 살포시 들어와 아름다운 일본 서정 애니메이션의 감성에 젖게 했다.  

게다 초반에 명화에 가까운 풍부하고 정겨운 숲의 풍경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는 평온과 치유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내 기후 변화로 인해 피폐해진 자연과 마을의 굶주림의 비극으로 이어져, 결국 혼자가 된 부도리가 죽음의 문턱에서 환상을 겪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온갖 우여곡절과 인생의 경험을 쌓는 모험 아닌 모험 드라마로 전개된다.

영농 기술자로 자연에 대한 경험을 익히고, 도시로 가서는 화산 연구에 관한 과학기술 연구원이 되기도 하는 등 성실과 열성으로 삶을 기꺼이 감당하는 청년 부도리의 일대기가 다양하게 연결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적으로 이어져 맥락이 없어 보이기도 하며, 서정적 가족 드라마에서 귀신과 악령이 출몰하는 판타지와 과학을 이용하는 SF적 쟝르까지 사실 두서가 없어 보이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가뭄과 냉해를 해결하여 더 이상 비극을 없애겠다는 부도리의 원대하고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귀결되는 길고 방대한 넓은 스펙트럼의 쟝르의 나열이 정작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표현의 절제로 인해 피상적으로 흘러 지나가버려, 애초에 첫자막에 소개한 이수현과의 뭉클한 감정적 카타르시스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삭제된 기분이었다.

게다가 소재의 부딪힘 즉, 과학기술과 일본 정서적 특징인 귀신이나 신화가 억지로 연결되어, 그것도 세상을 구한다는 과한 수준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게 그리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다.

품격있고 훌륭한 음악과 개성있고 아름다움을 넘어 진기하기까지한 미술디자인의 영상미는 흠 잡을 데가 하나 없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 그리 감흥이 높지는 않은 휴먼드라마 판타지 애니메이션 <부도리의 꿈>이었다.


덧글

  • 지나가다 2013/02/08 08:59 # 삭제 답글

    미야자와 켄지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미야자와 켄지는 19세기 말에 태어나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작가입니다.
  • realove 2013/02/08 09:28 #

    제가 헷갈렸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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