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시(법정 스님) 시를 읊조리자



또 눈이 억수로 왔던 날.
괜히 눈길 걷다 낙상하면 괴로워질 것 같아 아침 출근은 두 정거장 지하철을 탔는데, 오전 센터(피아노교실 성인반 강사)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는 눈길을 아무래도 좀 걸어줘야 제맛이지 했다.

그런데 보통 미끄러운게 아니어서 조금 걷다가 고가도로 덕에 눈이 쌓이지 않은 산책길로 가야겠다 생각하고 입구를 내려다 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계단의 형태가 아예 없이 누가 꾹꾹 밟아놓은 발자국만 깊이 남겨져 있어, 하는 수 없이 난간을 꼭 붙들고 겨우겨우 몸을 끌어서 공원으로 내려왔다. 정말 밤새 눈이 많이 왔긴 왔나보다 싶으면서 또 그놈의 아동심리가 마구 올라와 그저 기분이 좋았다.
소복하게 쌓여 있는 눈만 보면 기분이 무작정 좋다. 폭설 중에 계속 집앞 눈쓸기에 여념이 없는 엄마, 아빠 생각은 도통 안 난다는...




오늘은 간만에 산책로를 제대로 걸어보려 다시 또 나갔었다. 약간 춥지만 속보를 하면서 몸이 이내 훈훈해져 폐 깊숙히 들어오는 맑은 공기는 상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평소 잘 다니는 체육공원의 수영장쪽까지 가서 오랜만에 망토 커플패션으로 갈아입은 오누이상도 만났으나 눈길이 워낙 미끄러워 다시 유턴해서 걷기를 계속 했다.

걷기운동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가려고 징검다리로 내려가는데, 숫놈이 나만 보면 물고 덤벼 서러움을 더욱 얹어주는 문제의 오리 커플이 산책로를 따라 유유히 내쪽으로 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괜히 가까이 가서 욕먹지 말자싶어 "안녕! 잘 있었어?" 크게 인사만 하고 기념촬영을 급하게 했다.

눈밭에 다른 오리떼들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털고르기에 바쁜 모습을 뒤로 하고 발길을 재촉했다.



사실 며칠 전 슬픈 소식(잘 아는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의 급작스런 죽음)에 마음이 매우 울적하고 삶이 주는 매정함에 가슴이 먹먹했는데, 이렇게 가끔씩 찾아 가도 늘 벗으로서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자연과 동물 친구들이 있어 다시 마음이 가라앉는다.
참 동네산 누렁이도 있다. 내가 빈손으로 가도 어느새 내 옆에 스윽 나타나 인사를 청하는 착한 대형유기견 '누렁이'~


또다시 강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이젠 지난 12월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겠지만, 심하게 추운 건 정말 싫다. 물론 뻥 뚫린지 너무 오래되어 냉동고가 된 내 마음의 추위가 더 두렵지만...






한동안 이유없이 연락이 없다고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기쁜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 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 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귀한 인연이길 중'-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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