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기 소설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을 김윤석과 임순례 감독이 만나 멋지게 영화로 만든 <남쪽으로 튀어> 시사회와 '과학 콘서트'로 유명한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의 특별 강의를 피아노 제자분과 다녀왔다.
먼저 은근한 유머로 전문적인 과학, 뇌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달한다는 걸 전부터 잘 알고 있는 정재승 교수가 나와 이 영화에 깔려있는 메시지와 뇌과학적 이해를 연결하여 웃음 가득하고 알찬 강의를 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중요한 맥을 잡아주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짤막하게 요점 정리를 먼저 한다.
*무정부주의자의 삶을 그린 <남쪽으로 튀어>와 관련된 과학 이야기.
-전문가 직업군과 사회화가 되지 않은 사람들, 유치원생들을 비교 대상으로 한 창의성 실험에서 사고의 고정화가 된 전문 집단이 처음하는 일일 경우 실패율이 높다.
-계획의 획일화로 익숙한 사고를 하게 된다. 과연 학교가 유익한가?
-로저 생크의 [Teaching Mind]: 학교에서 삶에 정작 소중한 것을 배우는가? 경쟁과 순위만 정하는 학교, 차라리 없애자!
-영화 <더 존슨즈>: 위장 가족이 마을에서 사람들을 부축여 판매율 높인다는 내용의 영화. 인간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사회적 규범을 따를 때 행복하다. 우리라는 개념이 강하면 타인에 대한 배타가 커진다.
-좌뇌와 우뇌 중 자유분방하고 감성적인 역할을 맡은 우뇌가 발달한 이들에게 저항의식, 비판의식이 강하며, 이를 존중하며 개성으로 받아들이기를 영화를 통해서 보여줌.
-원숭이 사회성 실험:바나나를 잡으면 물벼락을 맞게 한 후 새로운 집단을 계속 투입한 결과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관행적으로 새로 온 친구들에게 바나나를 못잡게 한다는 실험. 제도, 관습 등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한 번은 들춰보라. 기존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라.
-행복의 조건이란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결정권을 가지는 것. 영화 <남쪽으로 튀어>는 바로 소중한 자기 결정권, 스스로 선택한 삶의 행복에 관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비판의식에 있어선 남다른, 확실히 기가 센 과거 운동권의 전설이자 자칭 체 게바라라 하고 다니는 남자 '최해갑' 김윤석, 그런 아버지를 둔 자식들과 해갑의 아내(오연수)까지 범상한 가족은 아니다. 더군다나 재미없는 사회고발, 비판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최해갑은 보통 자아가 뚜렷한게 아니어서 타성과 관습에 젖은 사회에 불만이 많다.
할 소리 다 하는 구시렁 막가파 자유인 포스 캐릭터를 김윤석 만큼 누가 해낼 수 있을까 싶게 영화 초반부터 그의 호통작렬 이유 확실한 반항 연기는 폭소와 동시에 새삼 고착된 의식세계에 관한 짜릿한 경종으로 울려 뇌리를 관통했다.
영화는 주인공 해갑을 비롯해 그를 감시하는 어리바리 국정원 듀엣의 슬랩스틱에 가까운 코믹 에피소드가 소소하지만 구수하게 이어졌다. 학교나 공권력 등 생활 곳곳에 깔린 사회상에 관한 문제 제기와 질책을 그때 그때 따끔히 내려주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뼈 있는 웃음을 제공하고, 한편 국가 위상에 저해하지 않길 협박 당하는 주인공이 세상에 대한 울분을 대변하며 관객의 호응을 점점 뜨겁게 하였다.
국가로부터 어떤 고지서도 받지 않겠다며 결국 가족은 새삶을 시작하고 가족의 소박하고 훈훈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중반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무지함과 폭력은 어디에도 뿌리 내려 있는 것. 횡포한 비리세력은 계속되고 또한 유쾌 통쾌한 반전의 일격이 번갈아 터져 관객을 폭소와 박수 갈채까지 이끌며 이야기가 점점 절정으로 달렸다.
소설원작의 스토리텔링의 탄탄한 재미를 주연과 연기에 다들 일각연 있는 신구 조연들(<코리아>의 히로인 한예리, 김성균, 주진모)의 맛깔난 위트와 생활 개그로 실감나게 표현하여 풍자와 비판의식이 팽팽한 가운데에서도 지나칠 수 있는 무게를 덜어내는 코믹 드라마를 이용해 감흥을 더욱 강렬하게 전했다.
김윤석이란 걸쭉한 대 배우의 스크린 장악력과 함께, 남다르며 단호하면서 유연한 시선의 임순례 감독의 연출까지 잘 배합되어, 한국 영화의 의식의 확장을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작품이라 하겠다.
세상은 또라이라 부르지만 진정한 인간의 행복과 자유, 권리를 들춰보게하는 최해갑의 웃음 가득한 영웅 스토리가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이 작품은 단지 중반과 후반에 다소 짜임새나 템포면에서 집약적이지 못하고 늘어지는 점이 약간의 대중적 흥미도를 낮춘 듯 하다.
비겁하지 말자를 비롯해 명언 릴레이도 상당하여, 후에도 두고 두고 새겨가며 반복 감상할만한 작품 <남쪽으로 튀어>를 주목하길 바란다.
- 2013/02/0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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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수 : 6
덧글
영화 한번 봐야겠어요~
방문, 링크 감사합니다^^ 가끔 들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