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안 아난타완(선천성 오른손 장애 바이올리니스트)과 수원시립교향악단 음악을 듣자



수원시립교향악단 2013 신년음악회를 감상하기 위해 한파를 뚫고 수원에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 다녀왔다. 이날 연주회는 새해를 맞아 활기찬 오케스트라 연주와 더불어 뜻깊은 연주자의 협연이 있었는데, 부수석 비올리스트 이지윤(옛 청음제자)의 예일대대학원 친구인, 선천성 오른손 장애 바이올리니스트 '아드리안 아난타완'이 그 주인공이었다.

'2013 희망의 메세지'의 부제와 걸맞은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의 첫 연주는 유명한 클래식곡으로 오랜만에 듣는 시벨리우스 작곡의 '핀란디아'였다. 자주 접했던 예술의 전당과 달리 음향면에서 많이 미흡했지만, 훌륭한 교향악단의 박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드디어 바이올린 '아드리안 아난타완'이 입장하고, 모든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에 고정되었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47, 1악장의 여리고 섬세한 멜로디가 시작되었다. 오른손 대신 팔에 고정된 활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눈앞에서 경이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많은 청중들이 처음 보는 장면에 뭉클함을 먼저 느낀 듯 했다. 나도 순간 그의 어릴적부터 남과 다른 신체 조건을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감격적인 마음이 들었지만, 전공자인 나로서는, 이미 연주실력을 인정받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고, 최근 안나소피무터와 유럽 10개 도시 투어 공연을 마쳤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활동도 하고 있는 실력파 연주자의 연주 자체에 집중했다.

우선 높은 기량의 테크닉은 기본이었고, 유난히 풍부하고 섬세한 감성적 감정표현이 귀에 들어왔다. 손목의 스냅 사용 없이 이토록 정교하고 미세한 표현과 뛰어난 감수성이 가득할 수 있다니 놀랍고 감동적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파워면에선 한계가 있는 듯 했으나 워낙 열악한 연주홀의 음향 문제가 더해진 것 같았다.

화려하고 스피디한 어려운 대곡을 깔끔하고 감정 풍부한 매우 아름다운 연주로 청중을 매료시키니 환호와 박수가 그칠 줄을 몰랐다. 결국 바흐의 무반주 조곡을 훌륭하게 앵콜곡으로 선사하며 긴 여운의 감동을 남기고 들어갔다.

휴식 시간 후 2부에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d단조 Op.47 '혁명'이 연주되었다. 심오하고 결연한 분위기로 1악장이 시작되자, 일사분란하고 절도있는 수원시향의 강렬한 매력이 본격적으로 다가왔다. 극적이고 흥미로운 러시아의 흥취가 어우러진 2악장과 비애감이 진하게 묻어나는 매우 여리고 감미로운 선율의 3악장이 흐르자 정교하기로 정평이 난 김대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놀라운 섬세함에 숨 소리 마저 죽이게 되었다.

마지막 4악장의 익숙하고 강렬한 테마 멜로디가 금관 파트로 울려 퍼지고 긴박하고 폭발적인 혁명적 분위기의 환상적 연주가 클라이막스를 이뤘다. 다채로운 색감의 대규모 악기 편성에서 용솟음 치는 화려하고 멋진 마지막 악장이 끝나자 브라보가 연호되고 객석의 큰 박수가 이어졌다.

드라마에 삽입되어 유명한 러시아 노래 '백학'이 앵콜로 연주되고, 강추위를 화끈하게 녹인 2013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의 막이 내렸다.

오래된 강추위에 컨디션이 매우 안 좋은데다가 서울로 돌아갈 길이 급하여 오래 있을 수 없었으나, 제자 이지윤이 무대 뒤에서 아드리안을 인사시켜 주어 짧고 반가운 시간을 가졌다. 사진 보다 훨씬 핸섬한 얼굴에 '타이거 우즈'를 닮았지만 훨씬 인상도 좋고 맑은 눈빛과 크게 웃는 표정에서 그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성이 느껴졌다. 해피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느낌 좋은 바이올리니스트 아드리안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 훈훈한 마음으로 이내 서울로 발길을 옮겼다.


덧글

  • 옥탑방연구소장 2013/01/15 17:47 # 답글

    참 좋네요 ^^ ㅋㅋ 전 이쪽에 많은흥미는 없지만, 기회가된다면!!
  • realove 2013/01/16 08:46 #

    네, 요즘은 클래식도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좋은 시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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