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파에 아직도 누렁이가 산에 홀로...

작년 여름에 우리 동네산에 떠돌아 다니는 누렁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http://songrea88.egloos.com/5675812 여러 덧글이 올라오고 아무래도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곳에 신고를 하면 도와줄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 전화와 메일을 했었는데, 문제는 그쪽에서 관리하는 대형견이 이미 포화상태라며 일단 좀 기다려 보라는 답이었다.

결국 그 이후로도 보호협회는 누렁이를 데려가지 못한 채 요즘도 동네산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다. 오랜만에 날씨가 풀려 휴일 오전 산에 갔다. 한참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는데, 뒤에서 스윽 뭐가 나타났다. 누렁이가 날 알아보고 내 곁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새 더욱 마르고 털도 안 좋은 상태의 누렁이를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어떻게 이 추위에 살고 있는 거니? 밥은....? 널 어떡하면 좋으니, 누렁아..."
뒷목을 살살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을 건네자 잠시 내 동태를 살피다 이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사람이 잡으려면 바로 도망을 가고,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한테만 인사 정도만 건네는 누렁이를 가끔 운동하러 올라오는 주민분들이 음식을 갖다 주곤 하는 것 같지만, 추워도 보통 추운게 아닌데, 집도 없이 이 산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멀리 처량한 시선만 던지는 누렁이의 외로움과 고독이 가슴에 그대로 꽂히고 내가 느끼는 감정과 같은 기분일 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한편 묵묵히 이 칼같은 겨울을 감내하는 누렁이의 강한 생명력에 놀랍기도 하다. 아무쪼록 이 겨울을 잘 견뎌서 좋은 보호시설에 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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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소식**

이틀 후, 좀 전에 마음이 안 놓여 다시 산에 갔다왔다. (간밤에 한 쪽 다리에 근육경직이 와서 산을 절룩거리며...ㅜ.ㅜ 알콜 과다 흡수의 아빠가 밤에 또 본인이 덥다고 보일러 온도를 낮춰놔서 내 다리가 이렇게.... 아~ 괴롭다.)

아쉬운대로 빵을 사들고 올라가며 "누렁아~" 불렀더니 금새 나타나서 내 앞으로 걸어왔다.
머핀빵을 종이를 떼고 조각으로 나눠서 손바닥으로 내미니 부지런히 받아 먹었다.
평소 결벽증 비슷한게 있는 나이지만, 따뜻한 누렁이의 혀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온기를 전달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사랑의 힘인가... (누렁이는 암컷이지만...)

그나저나 걱정과는 달리 누렁이가 사료를 잘 먹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렁이를 뒤따라 오는 여자분이 거의 일년 가까이 사료를 갖다 준다하셨다.
워낙 많은 양이 들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분 말씀이 "어떻게 하겠어요. 죽으면 안 되니까..."
벌써 구청에서 15번이나 왔었지만 못 잡고 갔다고도 하고, 이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있으니 누렁이는 아무래도 우리 동네에서 돌보는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아무튼 주위에 좋은 사람이 누렁이와 함께 하는 것을 알아서 그나마 다행이고 마음이 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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