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를 방불케하는 일요일 낮 꽉 찬 대형상영관에 자리하며 국민들의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남다른 의미가 피부로 전해졌다. 1980년 5월 확인된 사상자가 6.25 이후 최대인 4122명으로 국가의 무력에 무고한 시민이 학살되었다는 우리의 아픈 과거사가 자막으로 지나가고, 원작의 느낌 그대로인 애니메이션으로 그날의 광주의 충격적 장면이 서두에 흐르자 지옥 그 자체의 공포와 잔학함에 온몸이 떨려왔다.
그 피무덤 위를 밟고 올라선 전직 대통령 '그 사람'에 대한 진상을 알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철저하게 봉인되고 국민을 능멸하던 그 사건과 희생자와 가족들의 상반된 모습이 시간을 따라 비춰지고, 상상도 하기 힘든, 내가 그 후손이라면 과연 제대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자문을 하는 사이 경찰관이 된 '권정혁'역의 임슬옹의 첫 장면이 나오자 여태 꾹 누르고 있던 울음이 터졌다.
예전 그 사람의 옆집에 피아노 레슨을 다닐 때에도 전경들을 거치며 귀찮아했지, 자세한 역사를 잘 몰랐다. 자기 사람 매수하는 세뇌 끝판왕인 것은 대충 감이 왔었다. 부자 동네는 반상회도 뷔페를 부르는데, 그 때 옆집 그 사람이 무지하게 큰 화환을 보내오기도 하더라...
암튼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그 날로부터 26년, 희생자의 자식들의 복수 계획이 세워지며 원작자 강풀의 독보적인 극적 이야기가 펼쳐졌다. 여기에 진구의 완벽 변신과 한혜진이 아름다우면서 결연한 눈빛 연기로 가슴을 뜨겁게 하며 영화는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며, 맹목과 파렴치한 일부 기괴하고 어리석은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었다.
그 긴 세월 사는게 진짜 사는 게 아니었을 피눈물로 얼룩지고 아픔이 뼈에 사무친 사람들, 우리 국민들 그리고 비극의 역사가 어처구니 없게도 이렇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이 너무도 통탄스럽고 분통이 터졌다.
개인의 사연에 이야기가 대입되어 있지만 이 영화는 그냥 단순한 폭로, 사회 비판 쟝르로 별점이 어떻고 하는 그런 차원으로 다루기엔 전혀 다르다. 모두 알아야 하며,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더 이상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비열하게 덮었다가는 희망이 없음을 경고하는, 지각과 인식으로 각성하길 가슴으로 오열하며 내뱉는 외침이었다.
물론 영화 평론가들의 후반이 너무 정신 없고, 연설식 대사가 어떻고 하는 말들은 이해는 가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한가. 영화가 나오기까지 5년 동안 수많은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들이 직접 완성시킨 제작두레 방식의 영화이며, 선량한 시민에게 총구를 향한 대한민국의 수치스런 비극을 아직도 결말 짓지 못하고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이 현실의 울분을 영화로 알린 작품이란 점에서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영화관람에 동참하길 바라는 바이다.
* 인기글 *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