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카이폴> 50주년에 걸맞게 작정하고 제대로 영화를 보자


영국의 대표적 첩보 액션물의 주인공 '007 제임스 본드'가 50주년을 맞아 작정하고 스케일과 호화 캐스팅 등을 쏟아 부은 영화 <007 스카이폴>을 보고 왔다.

'007 시리즈'는 우리 엄마도 처녀 때 많이 보셨다 하고, 나도 어릴적부터 스파이 영화의 대명사로 여기며 몇 편을 봐 왔기에 최근에 약간 아쉬운 시리즈로 밀리기 전까지 나름대로 즐겨했던 기억이 있다. 영국 팝그룹 '듀란 듀란'의 주제가 '뷰 투 어 킬'로 유명한 1985년작 <007 뷰 투 어 킬>(본드 역:로저 무어)도 인상에 남고, 가장 많이 기억나는 제임스 본드로는 피어스 브로스넌인데, 그와 본드 걸 할 베리로 유명했던 2002년 <007 어나더데이>까지 장신(1962년 '살인 번호'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가 188cm, 그 후로도 185 이상~)에 여자들을 사로잡는 바람둥이며 늘 농담을 흘리는 멋스런 영국 신사 이미지의 무적의 스파이 원조 007이 이제 반세기, 세계 관객 20억이라는 큰 의미까지 지니게 된 시리즈가 되었다.

그런만큼 미진했던 전작 두 편의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승부수를 내지 않으면 안 됐을 듯도 한데, 이미 나온 평단의 호평들도 그렇고 내 예상대로 총력을 다한 면모가 곳곳에 보여 새롭게 재탄생하는 장수 첩보물로 업그레이드에 성공적이라 하겠다.  

일단 서두부터 복잡한 시장과 주택가를 배경으로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화끈한 추격전이 불을 지피는데, 이건 뭐, 수퍼파워 따로 없어도 훨훨 날아다니고 짱짱한 제작비가 눈에 보이는 블록버스터 액션이 웬만한 액션 영화 몇 개 하이라이트들을 이어 붙인 것 같았다.

거기에 고전과 전통 스타일을 대표하는 007의 관능적인 주제가와 오묘한 특유의 영상들이 그 차별성을 확실히 하였고 본론의 스토리도 최악의 위기를 맞은 본드와 MI6 본부 그리고 전엔 별 움직임 없이 지시만 내리던 국장이 직접 뛰어 다니는 등 세계 여기 저기를 찍고 다니는 어드벤처 느낌의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본격적 첩보 스토리가 지루할 틈 없이 흘렀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이 음악인데, 자다가 깨서 들어도 007 테마음악은 다들 알 수 있을 그 브라스 연주는 정감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이끌었고, 음악 감독 토마스 뉴먼의 더욱 강해진 비트와 트랜드있는 감각적 분위기의 주제 선율을 변주한 웅장한 음악들은 강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50년에 22편이라는 역사의 무게 만큼이나 낡고 구식이고 퇴물스러울 수 있다는 스스로의 자학 유머를 은근히 반어법으로 사용하면서 전통 영국의 자부심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도 흥미로웠고, 전작 2편이 몇몇 과감한 빠른 액션 볼거리가 있긴 했지만 줄곧 우울한 분위기에 그리 강렬하지 못했는데 다니엘 크레이그가 단신(178cm)에다 나이(68년생)보다 더 들어 보이는 주름살의 터프하기만 했던 이미지에서 이번 작품에선 근육질의 다부진 몸집을 잘 살려 더욱 민첩함과 깊이있는 눈빛 등 그만의 개성으로 새로운 21세기 007로 거듭나며 매력을 한껏 드높인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하비에르 바르뎀, 그의 악마적 포스는 <파괴자들>의 베네치오 델 토로의 끔찍한 광기와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른 독보적 인상을 주어 소름이 돋기도 했다. 명배우 주디 덴치의 카리스마는 역시 남다른 존재감을 주었고, 새로 등장한 중견 배우 랄프 파인즈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나고 007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을 줘서 반갑기도 했으며 <향수>에서 007의 두뇌 역할로 변신한 벤 위쇼도 등장하여 차기 시리즈에 대한 기대도 주었다.

심각한 얼굴로 농담도 잘 하고, 고전과 새로운 변화를 잘 포용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재도약'이라 할 이 영화에서 신무기 부문이라든지 암튼 다소 아쉬운 점이 중간에 없진 않았다. 그렇다해도 의미 부여를 강조하는 대사에서 말하듯 새롭게 재탄생한 영국을 대표하고 영화 역사상 기념적인 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으로써 멋진 정통 첩보 액션의 본연의 재미를 제대로 맛 볼 수 있던, 아카데미 상에 빛나는 명 감독 샘 멘데스의 <007 스카이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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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yu 2012/11/03 00:12 # 답글

    포스터 참 잘나온 거 같아요.
  • realove 2012/11/03 09:08 #

    네, 검은 바탕의 다른 것(총구)보다 이게 더 신선해서 여기에 올렸어요~
  • 잠본이 2012/11/03 17:00 # 답글

    '나는 누워서도 상대를 명중시킬 수 있지'라고 뽐내는 듯한 포스터!
  • realove 2012/11/05 08:47 #

    ㅋㅋㅋ 그렇네요. 어느 자세라도 자신있는....^^
  • fridia 2012/11/04 19:07 # 답글

    그래도 역시 제 맘속의 본드는 로저 무어가 甲이라고 생각해요.
    환상의 여성 편력과 넘치는 위트... 게다가 악당녀까지 뿅가게 만드는.....
    이상하게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부터는 007 시리즈를 가까이 하기에 좀 그렇더라구요. ^^;;;
  • realove 2012/11/05 08:49 #

    저도 로저 무어가 가장 007에 맞는 모습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은 안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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