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신> 피는 안 튀는 입으로 하는 혈투 코미디 영화를 보자



<악마의 씨>(1968), <피아니스트>(2002)의 거장이자 스캔들도 만만치 않았던 노장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피는 안 튀는 혈투극 <대학살의 신> 시사회를 보고 왔다.

희곡원작으로 이미 유명한 이 작품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폭력이 가해진 애들 싸움에 나름대로 교양과 이성있는 4인의 부모들이 만나게 되고, 겉으로 봐서는 매우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란 말이 길어지고 각자의 입장차가 확인 되면,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 그리고 방어기제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 4인의 교양인들도 마찬가지로 사정없이 널을 뛰는 다양한 소재의 대화를 통해 점점 열이 오르게 되고 어느새 긴장감 가득한 말싸움에 이르게 된다. 

예상은 했지만, 영화의 팽팽한 줄다리기 입싸움이 여느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눈과 귀와 뇌 세포까지 장악하는지 내내 그들의 대화와 몸짓과 미묘한 표정에서 폭발하는 기가 막힌 인간 본성의 적나라한 장을 맛보며 감탄과 낄낄거리게 만드는 웃음이 이어졌다. 

남녀의 차이에서 개인적 취향까지 확대되며 그야말로 장난 아닌 수다 전쟁이 쏟아지는데, 그러나 결국 본인들 스스로도 말하기를 '쓸데없는 논쟁'이 거세지니 지극히 일상적이거나 보편적, 현실적 내용들이지만 극으로 치닫는 이들의 상황에 최고의 흥분과 흥미진진한 재미가 더 없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교만하고 가식적이며 위선적이고 엄격하며 집요하고 강박적이고 이기적인데다 허세와 적대감이 점점 확장되면서 인간의 신랄하고 다각적 꼴불견의 실태가 펼쳐지니 이 치졸한 싸움이 한편으론 보는 이들 각자를 되짚게 하는 예리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매우 교묘하고 천재적인 원작의 재미를 백배 증가시킨 점은 당연히 불꽃 튀는 환상적인 연기에 있겠다. 사생결단, 정색 연기의 여왕 
조디 포스터의 거의 신들린 핏대 연기를 위시로 허세와 거만함의 대표 주자, 오스트리아 출생 연기파인 <삼총사3D>,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의 크리스토프 왈츠가 보여주는 빈정거리며 이기죽거리는 표정은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가식을 떨며 우아함에 몸부림 치지만 결국 못볼 꼴을 다 보이는
케이트 윈슬렛, 언젠가는 막가파의 막장 폭탄을 터뜨릴 줄 알았던 <틴에이지 뱀파이어(괴물 서커스단)>의 존 C. 라일리까지 환상적인 연기에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이들의 슈퍼 울트라 연기력은 포볼절도를 막을 수 없게 했으며, 또한 이성과 감정은 습자지 한장 두께로 왔다갔다함을 확실히 보여줬다.

본격적으로 치졸, 유치의 극치 기술인 인신 공격이 난무하는 난장판 속 인간의 기본적 양면성과 이기심, 자기 합리화의 심리적 측면을 신랄하게 해부하여 조롱하고 풍자하는 이 영화는 애들 싸움에서 소소히 시작하나 점점 부부 문제와 자연의 섭리, 폭력성향 그리고 급기야 지구까지 뒤흔들며 입만 살아 끝을 보는 방대한 소재의 말의 향연이란 점에서 어느 스펙터클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스릴과 하이 블랙 코미디의 쾌감을 본격적으로 맛보게 하였다.

"쌈 구경이 제일"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대학살의 신>은 두고두고 소재별 장면을 나눠서 가끔씩 다시보기로 즐겨도 한참을 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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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ridia 2012/08/10 22:51 # 답글

    아 진짜 제가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 최고라고 손꼽는 작품중 하나인 피아니스트의 감독님이 제작한 영화군요. 조디 포스터와 케이트 윈슬렛이 기존의 이미지와는 조금 많이 다르게 나오나봐요? ㅎㅎ
  • realove 2012/08/13 16:00 #

    배우들의 기본 이미지는 그대로인데, 점점 기가막힌 절정을 이루는 상황들이 펼쳐집니다. 꼭 보세요!
  • 2012/08/16 01: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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