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색다른 리얼리티 영상미학 그러나 감정몰입은 그리... 영화를 보자


황량한 들판의 가난하고 낡은 외딴 집, 그곳의 가장 언쇼가 떠돌이 흑인 소년 '히스클리프'를 집으로 데려오고, 빨강머리 어여쁜 집주인의 딸 '캐서린'과 소년은 풋사랑을 하게되는 우리가 거의 아는 푹풍 부는 광활한 언덕 러브스토리 <폭풍의 언덕> 시사회를 보고 왔다.

어릴적 읽었던 원작 소설 보다 랄프 파인즈쥘리에트 비노슈 주연의 1992년 영화가 기억에 어렴풋이 남은 이 작품은 수 많은 리메이크 영화를 계속 낳고 있기에, 아카데미 단편상 수상의 이 영화가 첫 장편인 영국 여성 감독 안드리아 아놀드의 창의적 시도가 기대되는 이번 작품이 상당히 궁금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30세에 폐병으로 요절한(1918~1848) 에밀리 브론테의 유일한 소설이자 당시 비윤리적이라는 비평을 받은 바 있는 비운의 작품을 액자에 그림으로 옮긴 듯한(와이드가 아닌 요즘 드문 정사각에 가까운 스크린 비율) 고전 회화적 정서가 매우 강한 작가주의 영화라 하겠다.

최대한 절제된 대사와 핸드헬드 카메라의 거칠고 투박한 리얼리즘적 앵글을 통해 원작의 극적인 인물들의 불안하고 비련적인 운명을 암시하는 독특한 색채를 내내 뿜어내었다.

이렇듯 영화 전반적으로 더럽고 남루하고 칙칙한 의상, 소품과 세트를 어두운 청회색톤의 화면으로 무겁고 거친 분위기를 강조하며 그려내었으며, 삭막한 언덕의 거센 바람소리와 소년 소녀의 미묘한 눈빛과 숨소리 만으로 문학 작품의 깊은 감성 표현을 대신하고 있었다. 매우 정적인듯 섬세하며, 은유적, 비유적 영상에 의한 전개는 보편적 스토리 위주의 방식과는 다르게 응축적인 장면 연결로 색다른 영상 예술의 미학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고전 소설과 수 많은 영화들을 앞세운 작품을 이 시대에서 약간의 스토리 각색 뿐 아리나 전혀 새로운 시도로 풀었다는 점에서 일단 획기적이 아닐 수 없겠다. 특히 투박하고 위생적으로 뒤처진 그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세부적 표현은 대개의 영화에서 미화하거나 덧붙이는 인위성과 매우 차별적이다. 기구한 상황의 주인공들의 맹목적이고 치명적이며 감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그 옛날의 사랑의 절절함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용을 하였다하겠다.

그래서인지 신분차라는 가혹한 형벌과 폭력 속에서 소년을 이끄는 유일한 빛인 '캐서린'에 대한 사랑과 재회 후 사랑을 다시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적인 그녀 캐서린, 이 둘이 사뭇 애처롭게 다가왔다. 야만과 야생의 거친 시대에서 어찌보면 요즘의 시각으로는 진부하고 상투적이라 보여지는 비련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감독은 인공 조명이나 기술적 효과 그리고 음악까지 가미하지 않고 그 낯선 시대의 공간을 감성 영역으로 집중시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시대를 관통한 기분이 들게 한 점은 훌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개인적 견해로는 자연 그대로의 영상과 음향에 집중한 독특함에 반해 어쩄든 러브 스토리이고 당연히 기대가 되는 낭만과 격정적 사랑에서 오는 감동 요소인 음악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삭막하고 지루하다 아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단순한 본능적 이끌림으로 사랑에 대한 감정을 관철하기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폭풍이 늘 불어대는 그 곳의 도발적이고 세월에도 변함없는 사랑과 질투, 증오 등 인간의 감정만이 숨쉬는 그들의 극단적 이야기가 정작 공감이나 감정이입으로 다가오지 못한 것은 작가주의의 높은 완성도와 영화에 대한 감정적 몰입이 비례한 것은 아닌 탓일 듯.

거기엔 다소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 상당히 아름다운 선을 가진 흑인 소년과 동그스름하고 건강해 보이는 백인 소녀에서 성인으로 바뀌었을 때 전혀 연결이 안 되는 캐스팅이었다. 물론 고생을 많이 했을테지만, 히스클리프 제임스 호손의 매우 확장된 코가 순간의 코미디로 보여졌으며, 가늘고 병약스런 개성에 요즘 가장 뜨고 있는 배우의 이상형이라고 광고로 떠들썩했던, 모델이자 매우 아름다운,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듯한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어른 캐서린으로 스크린에 등장하자 영화의 몰입감은 많은 부분 떨어져 버렸다.

아무튼 오락이나 대중적 취향과는 별개의 유려한 영상 미학의 극적 구현에 가히 놀라운, 특별하고 개성 강한 색다른 '폭풍의 언덕'으로 인정할만한 2011년 <폭풍의 언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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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ridia 2012/06/29 13:50 # 답글

    혹시 소설 폭풍의 언덕을 영화화한 작품인가요? 소설은 참 재미있게 읽어봤는데, 다만 보기에 꺼려지는것이 원작의 소설을 능가하는 영화를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는지라....^^;;;
    아 딱 하나 있긴 하네요. 영화 '주홍글씨'...^^:;;
  • fridia 2012/06/29 13:52 #

    아 한국영화 주홍글씨 말구요...^^;;;
  • realove 2012/07/01 08:47 #

    답글은 제 글 본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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