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새우 사오다 기타 재밌게 살자



5월 중순 경, 엄마가 동네산에서 아주머니들의 대화에서 얻은 정보가 인천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포구가 있는데, 거기로 요즘 새우배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새우젓을 보통 소래나 사리포구에서 구입해서 먹어 왔는데, 이곳은 여름 전까지 새우잡이 배가 포구로 들어오면 싸게 구입을 해서 그 자리에서, 집에서 가져왔거나 현장에서 파는 소금을 버무려 가져오는 시스템이어서, 물론 새우젓에 비해 매우 싸다.

아무튼 좋은 정보를 그냥 버리실 엄마가 아니어서 지난주 초, 새로운 나들이 코스로 급하게 정하고, 아침에 무작정 전철로 그 먼 인천을 갔다. 역 주위에서 구두수선을 하시는 아저씨게 물었더니 매일 만조시간, 물때가 달라 그날은 3시라고 하여서 아직 정오도 안 되었기에 포기할까 하다가 한 무리의 카트족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일단 따라서 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철길을 건너 북성포구로 향했다. 

밀가루 제분공장을 지나니 바닷바람과 짭조름한 비린내가 솔솔 풍기고 이내 늘어놓은 그물과 물이 빠져있는 포구를 넘어 목재더미와 거대한 공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괭이 갈매기떼들이 고양이 소리를 내며 울어대고, 바다가 바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썰물의 넓은 진흙밭을 보니 장관이었다. 마른 생선을 파는 상점 주인에게 물으니, 1시 이후면 배는 들어온다고 했다. 개코인 내가 있기에는 그곳의 향기가 매우 버거웠고, 햇볕도 너무 따가워 일단 다시 되돌아가 공장 주변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1시 전에 다시 포구로 돌아가니 그새 엄청난 인구들이 새우배를 천막 아래에서 기다리며 간식과 식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면 배에서 가격을 올린다고 하였다. 아무튼 처음이고 멀리서 왔는데, 헛탕을 칠 수는 없기에 엄마와 배를 더 기다려봤다.

드디어 멀리서 물 줄기를 타고 아까보다 많아진 바닷물 위로 배들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어선도 보고 신기한 새우장도 구경하니 더워도 흥분되고 재밌었다. 체력이 약한 우리 엄마도 남에게 밀릴 새로 배가 닿자, 바로 앞으로 뛰어 가셔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배로 올라 새우 두 되(한 되가1.8리터)를 구입했다. (동네산 정보 주신 아주머니는 15000원이었다는데, 그 새 입소문으로 사람이 많아져서 그날은 한 되 2만원에 샀다.)

미리 구입한 두꺼운 비닐 주머니에 새우와 집에서 싸온 최상품 우리소금을 대충 섞어서 잘 묶고 주부들의 필수가방 카트에 담아 집으로 향했다. 오는 중 용산역에서 중앙선을 갈아타려 기다리는데 처음 본 2층 열차를 보았다. 언제 한 번 타보고 싶었다.

원거리를 오고가고, 이리저리 무거운 짐을 나르고 고생을 했지만, 엄마가 뿌듯해 하셔서 나도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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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ridia 2012/05/31 14:59 # 답글

    확실히 인천쪽도 해산물이 저렴하지만 오이도 근방에도 해산물이 저렴하더라구요. 서울쪽 사시는 분들이라면 오이도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요?
    저야 경인권 거주자다보니 인천쪽이 가깝기는 하지만 반대로 자가 차량을 이용할때는 오히려 인천쪽보다 오이도쪽이 더 가깝더라구요. ^^
  • realove 2012/06/01 08:58 #

    오이도도 언제 가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워낙 다 멀어서 당장은 힘들듯해요..ㅋㅋ
  • 봉봉이 2012/06/01 00:00 # 답글

    바다가 부산이랑은 마니 다르네여....서해라 그런지 갯벌이군요!!!!
  • realove 2012/06/01 09:00 #

    그런 점도 있겠군요. 부산은 해수욕장 말고는 고깃배 들어오는 곳은 가보질 않아서...
    이곳은 어선이 들어오는 포구라 풍경이 좀 다르더군요^^
    방문 감사합니다.
  • 대한민국지킴이 2012/08/10 22:02 # 삭제 답글

    캬~ 오이도 우리동넨데...
  • 대한민국지킴이 2012/08/10 22:14 # 삭제

    고향은 부산이고요...
    학교때 대천해수욕장,만리포,천리포 특히 충청남도에 있는 해수욕장이 대단히 그리웠었는데 직접 가보니 헉, 아니 웬 꾸중물, 그것도 시궁창이 물처럼 보여 하루정도 바다에 드러가지 않았다... 민박주인 어르신 얘기를 듣고서야 다음날 겨우 뜨거운 목욕탕 안에 들어가듯 조심스레 들어가 남자가 조신스레 물장난치고 오가다가 서해쪽으로 30년 왔다가다 하다보니 지금은 서해, 남해,동해 대한민국의 해안은 삼면이 다 특색이 있어서 너무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특색은 인생을 살아봐야 알아요.(체험해 보세요) 빨리 알고 싶으면 블러그를 이용하세요.(와~ 요즘 컴이 너무 좋아요)
  • realove 2012/08/13 15:58 #

    오이도도 꼭 가볼게요^^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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