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 <더 프라이즈>개막작 보고 오다 영화를 보자

'여성적 가치확신과 여성영화인 발굴을 통해 새로운 여성문화로 도약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4번째, 
30개국 120편(장편 44편, 단편 76편) 규로로 거행되고 있다.
2012년 4월 19일 개막식이 이화여자대학 대강당에서 <화차>의 
변영주 감독과 <방가?방가!>의 배우 신현빈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동창에게 주어진 초대권에 당첨되어 지인이자 선배이신 무비패널분과 영화제 개막식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먼저 개막 선언 등 식순 진행이 있었는데, 이화여대 리더쉽 개발원장이신 장필화 조직위원장과 이혜경 집행위원장의 개막인사가 있은 후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위한 시네마티켓 전달식과 영화제의 심사위원들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제1회 여성영화제 때에는 지금처럼 아시아단편경선이 아니고 국내단편경선이었으며, 그때 1위가 
박찬욱 감독이었다는 변영주 감독의 멘트도 들을 수 있었고, 그녀의 깨알같은 애드립 입담에 웃음이 이어졌다. 몇 년 전 여성영화제 때 대화도 나누고 했지만, 또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이자 영화인으로서 변영주 감독과 GV나 다른 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를 길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으로 프로그래머들이 올라와 개막작 소개와 감독의 인사가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현재 멕시코로 이주한 
파울라 마르코비치 감독의 인사가 있은 후 축하공연으로 여성 포크 듀오 그룹인 '옥상달빛'의 무대가 있었다. 준비 동안에도 변 감독의 폭소 유발 우스게소리는 계속되었고, 순수하고 맑은 음성으로 인상적인 가사가 특징인 옥상달빛의 '수고했어요 오늘도'와 '없는게 메리트'라는 노래가 연주되어 큰 박수가 나왔다.



휴식시간이 지나고 'Spring:희망을 조직하기'를 키워드로 한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더 프라이즈>가 시작되었는데, 희망의 조직은 시대적으로 불안함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파국의 지점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순간, 역설적으로 피어오른다는 의미에서 선정되었다한다.

이 영화는 감독의 과거 유년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정치적 도피를 하고 있는 한 모녀의 드라마를 사실적 묘사와 디테일한 심리 표현을 담아 관객이 점점 몰입하여 강한 메시지와 여운을 맛보게 하는 예리함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결론을 먼저 언급했지만, 사실 영화가 시작하여 중반까지, 바닷가 외딴 허술한 집에 일고여덟 쯤의 어린 딸과 엄마가 숨어 살면서 아이는 학교에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친구와 어울리고 선생님께 칭찬도 받지만, 바닷 바람 거센 오두막에 와서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엄마와 함께 있는 모습이 다소 일반 관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감이 들었다.

그러다 차츰 그들이 처해진 끔찍하고 비극적 상황이 이해되며, 어린 아이에게 내려지는 가혹한 시대적 부당함이 순간 엄청난 위기의 사건으로 치달으며, 아이의 복잡하고 복합적인 다양한 심리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사소하고 냉소적인 듯 그러나 구석구석 연기자들의 리얼한 표정이나 비유적인 담담한 장면과 튜닝이 잘못된 피아노 현의 튕겨지는 불안한 불협화음 소리의 배경음악까지 전체적으로 하나의 짜여진 감독이 그리려는 시대상에 담겨있음을 짚어볼 수 있었다.

상업 오락 영화의 흥미로움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사 내부의 온갖 갈등과 정치와 일상의 예사롭지 않은 부딪힘을 아이의 눈을 통해 통렬히 강하게 비춰준 수작이었다. 긴 호흡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강한 여운은 꽤 오래 가는 이 개막작을 비롯해 이번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훌륭한 작품들을 기대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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