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4월 19일 개막식이 이화여자대학 대강당에서 <화차>의 변영주 감독과 <방가?방가!>의 배우 신현빈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동창에게 주어진 초대권에 당첨되어 지인이자 선배이신 무비패널분과 영화제 개막식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제1회 여성영화제 때에는 지금처럼 아시아단편경선이 아니고 국내단편경선이었으며, 그때 1위가 박찬욱 감독이었다는 변영주 감독의 멘트도 들을 수 있었고, 그녀의 깨알같은 애드립 입담에 웃음이 이어졌다. 몇 년 전 여성영화제 때 대화도 나누고 했지만, 또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이자 영화인으로서 변영주 감독과 GV나 다른 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를 길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영화는 감독의 과거 유년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정치적 도피를 하고 있는 한 모녀의 드라마를 사실적 묘사와 디테일한 심리 표현을 담아 관객이 점점 몰입하여 강한 메시지와 여운을 맛보게 하는 예리함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결론을 먼저 언급했지만, 사실 영화가 시작하여 중반까지, 바닷가 외딴 허술한 집에 일고여덟 쯤의 어린 딸과 엄마가 숨어 살면서 아이는 학교에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친구와 어울리고 선생님께 칭찬도 받지만, 바닷 바람 거센 오두막에 와서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엄마와 함께 있는 모습이 다소 일반 관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감이 들었다.
그러다 차츰 그들이 처해진 끔찍하고 비극적 상황이 이해되며, 어린 아이에게 내려지는 가혹한 시대적 부당함이 순간 엄청난 위기의 사건으로 치달으며, 아이의 복잡하고 복합적인 다양한 심리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사소하고 냉소적인 듯 그러나 구석구석 연기자들의 리얼한 표정이나 비유적인 담담한 장면과 튜닝이 잘못된 피아노 현의 튕겨지는 불안한 불협화음 소리의 배경음악까지 전체적으로 하나의 짜여진 감독이 그리려는 시대상에 담겨있음을 짚어볼 수 있었다.
상업 오락 영화의 흥미로움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사 내부의 온갖 갈등과 정치와 일상의 예사롭지 않은 부딪힘을 아이의 눈을 통해 통렬히 강하게 비춰준 수작이었다. 긴 호흡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강한 여운은 꽤 오래 가는 이 개막작을 비롯해 이번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훌륭한 작품들을 기대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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