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전석 매진이었던 이날 토요일(4월14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음악당 내부 다른 홀 (채임버홀과 새로 지은 )까지 엄청난 인구의 음악 애호가들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북적이고 있었다.
전 주 평일 이지윤 제자의 초대로 바이올린 독주회를 다녀갔었을 때에도 음악당에 수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이런 큰 음악회 행사에 많은 클래식 팬들이 함께하니 상당히 고무적으로 생각되었다.
드디어 단원들과 지휘자가 무대에 자리를 하고 첫 곡으로 바그너의 '파우스트 서곡'이 시작되었다. 물 흐르듯, 모든 단원들이 지휘자의 열정적 지휘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급속도로 성장한 명성 그대로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조화롭고 균형감 있는 하모니가 서곡부터 파워풀하게 객석을 휘어잡았다. (http://songrea88.egloos.com/5317092)

장엄함과 애잔함이 번갈아가는 드라마틱하고 스케일이 큰 5개의 바그너의 가곡은 익숙하지 않은 다소 어려운 느낌의 곡이었지만, 힘있는 고음과 풍부한 감정표현의 서선영의 연주와 수원시향의 섬세하고 꽉찬 관현악 반주가 어우러져 곡이 끝난 후 매우 큰 박수를 받았다. (서선영 소프라노가 직접 번역한 가곡의 시가 후면에 비춰지기도 했다.)
계속된 커튼콜과 환호가 이어지자 결국 서선영의 앵콜곡 연주가 이어져 휘몰아치는 전율의 열창으로 더욱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휴식시간이 지나고 2부에선 대학 때 수업준비로 지겹게 들어야 했던 강렬한 근대 표제음악의 대표곡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시작되었다. 날카로운 불협화음과 난해하고 복잡한 박자의 변화 등 근대 교향악 작곡기법에 풍부한 감성이 다이내믹하게 이어지는 한 편의 스펙터클한 영화를 보는 듯한 멋지고 웅장한 작품을 무대 가까이서 생생하게 온몸으로 감상하니 더 없이 감동적이었다.
여러개의 곡이 쉼 없이 연결되어 점점 파도를 이루며 강렬함과 장엄함, 원시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번갈아 흐르는 1, 2부로 나뉜 이 대작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실수 없이 모든 단원들이 하나가 되어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니, 관객들 거의가 숨을 죽이며 이 격렬하고 극적인 웅장한 음악에 빨려들었다.
워낙에 강렬하고 재미난 표현들이 많은 생동감 넘치는 곡이어서 클래식에 익숙치 않은 이들도 지루한 느낌 없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곡 '봄의 제전'인지라, 매우 난해하고 화려함의 극치를 제대로 살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진가가 잘 드러난 더없이 멋진 선곡으로 여겨졌다.
나중에 제자에게 들은 후문으로도 모든 단원들이 정확하게 실수없이 심혈을 기울이느라 연주 순간에 매우 집중을 하였다한다. 금관도 별 무리 없이 깔끔했고, 타악기와 현악기, 목관까지 어디 흠 잡을 데 없고, 거대한 교향악의 속 후련한 폭발력을 다 표현한 좋은 연주여서 객석의 큰 열광과 박수가 오래 이어졌다.
그래서 지휘자가 다시 자리를 잡고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의 4악장이 앵콜곡으로 연주되었다. 대규모 풀구성 오케스트라의 감동의 음파 마사지를 확실하게 받은 가슴 속까지 시원한 기분에 손바닥이 아프게 또 박수를 쳤다. 이날 콘서트홀에는 교향악 축제를 위해 무대 뒤 합창석 상단에 설치된 스크린에 곡목이 살짝 떴다 사라져 도움이 되기도 했다.
'건반 위의 진화론자'라는 평을 받은 최정상 피아니스트에서 2008년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하여 본격적인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된 김대진의 정확, 치밀한 음악해석과 새로운 도전의 열정, 거기에 단원들의 놀라운 집중력과 높은 기량과 많은 연습 등의 멋진 결과가 청중을 감동케 한 훌륭한 시간이였다. 자주 연주되지 않지만 멋지고 강렬한 곡들로 채워져 음악 애호가들의 가슴에 전율을 남긴 환상적인 연주회로 오래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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