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추억을 꺼내다 영화를 보자

실제 건축을 전공한 
이용주 감독이 건축과 첫사랑을 접목하여 신선한 시도를 하였고, 이미 시사회에서 많은 영화팬들의 공감을 끌어내어 호평이 자자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개봉 첫날 보고 왔다.

얼마전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도 다뤄졌던 '건축'. 이 작품에서는 '건축학개론'이란 강의를 매개체로 하여 90년대 대학 신입생이었던 주인공들의 떨리는 첫사랑의 과거 추억과 10여 년 후 재회한 현재의 남녀의 심리와 감정을 밀도있게 조명하였으며, 2인 1역이라는 설정을 사용하여 아기자기한 맛을 더한 작품이었다.

특히나 90년대의 감성코드를 효과적으로 재현하여 많은 성인 관객에게 추억을 되돌아 보게하는 감수성을 선사하였다. 1993년도 
빌 머레이 주연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비디오 가게나 정릉 독서실, 워너비 고가 브랜드 스포츠 T, 휴대용 CD플레이어, '전람회'의 귀에 익은 노래, 헤어무스, 삐삐 등 이런 과거의 장면들을 보다보니 어느덧 그때로 돌아간 나의 모습이 스크린과 오버랩되고 있었다.

한편, 새내기 청춘남녀의 풋풋한 모습이 실감나는 연기와 함께 전해졌는데, 전형적으로 숫기 없는 극소심남의 답답하고 찌질한 행동들을 디테일하게 잘 묘사하고 있어 설익고 미숙하여 아쉬움만 남는 첫사랑의 쓰린 아픔을 전적으로 다 보여줬다. 거기에다 현재는 '다르다'와 '틀리다'도 구분 못하는 백치연하미녀와 함께라니...

다만 남성 감독이란 한계성으로 보이는, 남녀 모두 '첫사랑'에 대한 강한 집착에 대한 서술은 많은 여성들이나 적어도 내 입장에서 보건데 왜곡된 듯 하다. 거의 기억도 가물가물한 첫사랑에 대한 생각은 남녀 차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거나 극중 음대 다니는 여학생과 나의 공통점은 있지만, 남녀공학에서 그런 예쁜 모습으로 개론 수업을 받은 경험은 전혀 없기에 개인적으로 부럽기도 했다. 그 외에 어릴적 미래의 집과 가정에 대한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거나 철없던 시절의 유치한 패배감 등 많은 곳에서 관객들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몇 몇 군데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한 표현들은 대단한 몰입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암담하고, 사는게 다 그런거라 말하게 되는 잔인한 우리들, 나의 자화상을 대면하게 하여 점점 가슴이 먹먹해 왔다.

전체적으로 건축 과정을 닮은 치밀하고 짜임새있으며, 차분하고 정돈된 전개였으나 그 속에서도 빛나는 감초 연기가 톡톡 쏘고 있었으니, 바로 재수생 친구
조정석이었다. 힙합 바지에 올백 스타일 헤어로 그런 적재적소의 상황 요점 정리와 표현력 절정의 깨알 웃음을 마구 던지시니, 정말 인상적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아무튼 운치있고 아름답게 완성된 집과 같이 우리 인생도 보잘 것 없는 실수 투성이의 과정을 거쳐 점점 아름답게 완성되기를 마음 속으로 희망하게 되면서 내겐 첫사랑은 아니지만, 겁 먹고 상처 받던 지난 날의 아픔이 영화와 하나가 되어 어느새 눈물이 저절로 흐르기도 했다. 아마 나처럼 많은 관객들도 조용히 자신들의 마음 속 담아놨던 추억을 꺼내 보고 애틋한 감상에 젖을, 감성 로맨스 드라마 영화 <건축학개론>이라 하겠다.


덧글

  • fridia 2012/03/24 14:27 # 답글

    아무래도 남성들이 생각하는 첫사랑과 여성들이 생각하는 첫사랑이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성 관객들과 남성 관객들과의 생각의 갭이 있을수밖에 없겠네요. 아무래도 감독이 남성이다보니 남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첫사랑에 대해 풀어나간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로맨스물의 경우에는 주 타켓이 여성 관객들인지라 남성의 시각으로서가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서 표현하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 그나저나 다른 출연자는 다 마음에 드는데 유독 한가인이 좀 걸리는......
  • realove 2012/03/26 08:39 #

    남성 감독의 남성들의 첫사랑을 그렸지만, 그 감수성 만큼은 대단했어요. 제가 말한 부분 빼고는 무척 피부에 닿는 좋은 감성 영화이지요.
    출연자들 다 그 역에 충실하고 좋은 연기 보여줘서 좋았는데... 한가인도 역할에 어울렸구요...
  • 칼슈레이 2012/03/24 22:09 # 답글

    조정석의 납뜩이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뮤지컬계를넘어 이제 TV와 영화쪽에도 나오시는듯하니 더욱 기대가되요.
    요새 드라마 "더 킹 투 하츠"에도 나오시는것 같던데, 향후에 영화쪽에서도 종종 뵐수 있었으면 좋겟어요 ^^
  • realove 2012/03/26 08:40 #

    아~ 뮤지컬배우 출신이군요. 아주 다재다능하네요^^
    이승기 나오는 드라마에서도 봤어요. 분위기는 아주 점잖아서 이 납뜩이의 포스는 안 나오지만요ㅋㅋ
  • 돌다리 2012/03/24 23:23 # 답글

    잔잔하게 재밌을듯... 불신지옥 감독님이라 흥행 대박쳣으면 좋겠씁니다.
  • realove 2012/03/26 08:41 #

    흥행이 계속 이어질 듯 해요. 영화가 아주 감정이입을 제대로 하게 하더라구요....^^
  • 쩌비 2012/03/27 00:57 # 답글

    한가인보다 수지에 더 눈이가는 ㅋ,
    머시마들도 첫사랑에 꼭~ 집착한다기 보단 좀 더 싱싱(?)하던때의 기억이라 그런건 아닐지 하는?
  • realove 2012/03/28 08:42 #

    풉...^^
    더 싱싱하던 때의 기억.... 그런거였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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