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오브 라이프> 모순과 엇갈림 가득한 독특한 작품 영화를 보자

2011년 칸영화제 활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압력적 타이틀을 가진, 놀랍고 독창적이고 보수와 파격이 혼재한 문제작 <트리 오브 라이프>를 개봉 첫날 보고 왔다.

쟝르, 소재 크게 안 가리며 수많은 영화들을 봐 오다보니 영화 시작하고 금새 대강의 이야기 흐름이나 감독의 스타일, 의도, 영화의 감흥도 등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기 일쑤다. 물론 기대를 뛰어넘는 격찬의 작품도 있겠고, 웬만큼 스타일에 눈높이를 맞춰 최대한 그 영화를 즐기면서 만족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도저히 그 엉성함에 인내력을 포기하여 침을 좀 뱉는 경우도 있다. 가급적 객관적 눈으로 보려 노력하기에 대부분 영화를 재밌거나 동화되거나 감동하며 보는 편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번에 브래드 피트와 숀 펜 그리고 요즘 가장 핫한 헐리웃 연기파 기대주 제시카 차스테인 까지 출연하는 철학 교수 출신의 은둔자이자 완벽주의자며 기인이라 일컫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영화 초, 중, 후반의 느낌이 너무도 달라, 그만큼 실험적, 도발적, 난해한 파격성으로 호기심 유발이란 점에서 영화팬으로서는 매우 흥미로웠다.

숀 팬의 과거 어릴적 미국 보수적 한 가정에서의 부모와 형제간의 살아온 과정에 대한 회상들과 각 인물들을 돌아가며 삶의 고통과 신에 대한 끝없는 질문, 분노 등의 개인적 감정을 디테일한 카메라 앵글과 효과적이나 다소 벅찬 클로즈업과 미학적 영상미를 담아 그려내는 드라마와 함께 느닷없이 삽입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진화' 느낌의 영상들이 쏟아져 초반엔 그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자식의 죽음으로 절망하는 어머니에서 광대한 우주의 생성과 파멸의 낯선 대입에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큰 철학적 의미 부여가 있겠지하며 나름대로 해석에 힘쓰며 좀 더 인내해 보며 감상했다. 인생이 세상사가 거시적으로 관조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초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감독의 다양한 인간 심리에 대한 독창적 투영에 획기적이고 단호함을 감지하다가도 감독이 존경했다는 스탠리 큐브릭의 <201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은, 어찌보면 참으로 옛스럽고 구닥다리적인 장황한 영상에서 오는 무안함이 거세지며 드라마 장면이 돌아오기는 하는 건지 의심마저 들었다.

뜬구름 잡는 것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고, 자연스러워야지 이쯤 되니 애초의 브래드 피트 연기에 기대하고 온 듯한 여성 친구커플은 이내 자리를 뜨고, 그러고도 한참을 우주의 신비 '진화론' 다큐멘터리가 이젠 쥬라기까지 당도하니, 내 오른쪽 남성 양복커플은 웃음을 터뜨리기에 도달했다.

결국 다시 동생을 잃은 주인공의 어릴적 장남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소 진부하고 상투적인 과거 산업화 때의 일반적 가장의 강압적, 독단적인 폭력의 모습에 대한 반바심과 분노, 사춘기의 위험한 돌출행동들까지 인물들의 표정과 눈빛에 압도되는 감성 드라마가 이어졌다. 알고보니 감독의 어릴적 동생을 잃은 가정사를 소재로 했다하니 파격적 형식의 과감성과 달리 고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우주쇼를 길게 보여주어 진화론을 설명하더니, 다음엔 계속적으로 하느님을 찾고, 상반된 영화의 구성과 인물들의 극단적 성향 그리고 빌딩 숲과 환각을 헤매는 숀팬의 돌발적 깨달음까지 따로국밥의 종결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물론 유려한 예술적 영상의 미쟝센과 긴 러닝타임을 통해 이슬에 옷 젖는 격으로 점차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고 공감하게 하는 깊이감, 너무 가버린 느낌의 종교적 근엄함은 아쉽지만 삶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치유적 온화함까지 그 어느 영화에서 찾을 수 없는 독창적 표현주의적 맛은 훌륭하다 하겠다.

그렇지만 여러 비평들의 엇갈린 평들도 이어지고, 특히 일반 영화관객들을 아우르는 힘에 있어서는 무척 아쉬움을 남긴 점에서 수작이라 단정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영화 전문가의 글을 빌리자면 이미 죽은 개념의 철학만 있고 영화적 철학의 질적 진화에는 실패작이라 한 점에서 이 작품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중요함이 있다 하겠다.

쉽게 말해 아무리 고매하고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이 있다 하더래도 20년을 은둔하여 현세게와의 교류를 이어가지 못한 예술가라면 넘길 수 없는 오류와 시대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말이 필요없이 아름답고 위대한 클래식 음악들이 시종일관 흘러 긴 값비싼 뮤직 비디오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과한 겉멋의 실험극이라 혹평 할 수만은 없는, 그나마 영화에 몰입하고 묘한 흥미를 제공한 멋진 연기자들과 연기 경험도 없이 자연스러움 그대로 놀라운 카리스마를 보여준 아역의 숨죽이는 모습은 긴 잔상으로 남을 만한 새로운 경험의 특별한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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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즈라더 2011/10/31 15:37 # 삭제 답글

    정말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폰트가 너무 작아서 보는데 눈이 약간 아픕니다..
    이 부분만 수정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realove 2011/10/31 16:10 #

    아~ 새로운 폰트 설정을 제가 잘 몰라서 기본에서 쓰다보니...^^ 암튼 참고할게요~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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