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시사회-인도 영화의 과도함 영화를 보자

인도 영화 <청원> 시사회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지극히 강요된 신파조가 맘에 들지 않아 큰 감흥이 없었던 각색판 '헬렌켈러' 이야기 <블랙>의 감독 두 번째 작품인 <청원>은 미스월드 출신이며 인도 최초 칸영화제 심사위원의 낯익은 미모의 배우 아이쉬와라야 라이도 출연하고 남자 주인공 '이튼'의 직업이 마술사인 관계로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까지 비쥬얼은 상당했다.

세트나 의상에서부터 마술쇼에서의 환상적 무대미술과 인도 특유의 댄스와 노래까지 자주 접하지 않은 이국적 향취가 영화의 엄숙하고 진지한 주제와 우아하게 결합되어 일반적 유쾌한 뮤지컬식 인도 영화에서는 보기드문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상당히 깊이있는 '안락사 청원'이라는 강렬하고 비애감 큰 소재를 두고 , 고통받는 당사자와 그 주변의 다른 생각들을 내세우는 이들 간의 대립과 이해 과정에 충분히 관객이 몰입하여 고민하고 가슴 아파할 여지를 도통 주지 않는 몇가지 과한 태클들이 사이사이 첨부되어 있는게 문제였다.

인도 영화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춤과 음악, 특히 기본적으로 수준 높은 전통 음악의 영향으로 인도 음악은 익숙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수준과 감흥을 주는 편인데, 좋은 음악도 틈 없이, 마치 무대 공연의 음악극 인냥, 배우의 움직임과 옷깃 하나에도 박자에 맞춰 배경 음악이 흐르니 이미 거추장스러워지고 말았던 것.

다시말해 인도 영화 대개가 그렇듯 시각적, 음향적, 스토리적으로 무척 과하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가슴을 울릴만한 소재, 진정한 인간 존엄성 권리 주장 등의 메시지를 두고서, 심도있는 고민과 짜임새있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관객을 확실히 설득할 수 있었을텐데, 왜 사족이 여기저기 튀어나오고 과잉된 설명조 대사와 애써 과장된 웃음과 납득 힘든 결말 등을 섞어 놨는지 아쉬움이 크다.

가식적이고 치장스런 스타일이 넘치고 몰아부치는 감각적 아주 긴 뮤직 비디오를 연상케 한 점에 더해서 왜 이리 영어를 많이 섞어서 쓰고 저곳이 헐리우드인가 싶게 미국 팝이 계속 나오며, 서구 종교를 대입시키고 했는지,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질문들은 계속 쏟아졌다.

물론 인도 전통적 경계를 넘어선 국제적 새로운 면모를 감독이 발휘하려 한 것 일수도 있겠지만 그리 자연스럽거나 적절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는 것, 나만의 취향 문제는 아닐 것이다.

큰 스케일과 버라이어티한 인도 스타일 만으로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가슴을 저리게 하고 홍보문구처럼 전세계를 울릴 감동은 그저 선동적 문구에 지나지 않나 싶다.


덧글

  • 쩌비 2011/11/01 11:38 # 답글

    지난 '내이름은 칸'이라는 영환 잘 봤는데.^^

    인도 상업적 영화가 잘 발달되서 그런건지 수입하는 분들이 저런영화만 수입하는지.
    감성에 호소하는 인도영화가 자주 상영되는듯하네요.
  • realove 2011/11/03 08:40 #

    나름대로 다양한 볼거리 재미와 강한 메시지의 소재까지는 좋았는데, 오버가 반작용을 했네요.
    많은 분들이 꽤 후한 점수를 주는 건 소재가 워낙 강해서인 듯...
    어쨌든 가식적인 모습의 인도영화의 정서는 저는 별로...
  • 2011/11/01 15:0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realove 2011/11/03 08:43 # 답글

    비공개님의 말씀 저도 잘 아는데, 이 영화는 정도를 좀 넘었지요. 다른 작품과 비교해보면 아실 듯.
    인도적인 것을 벗어나려는 시도에 대한 의견은 찾아보니 전문가들도 짚고 있던데요~

    그리고 건강 좀 제발 챙기세요^^
  • santalinus 2011/11/07 00:55 # 답글

    영어는... 별로 많이 나온 편이 아니던데요... 인도 지식층 사이에서 영어는 거의 모국어나 다름없습니다. 힌디를 비롯한 본토의 언어는 방언같은 사적 언어로 취급받는 상황이고 영어가 공적언어로서의 표준어 개념이다 보니 당연한 거죠...

    가톨릭을 서구 종교라고 표현하신 점은 작품의 배경이 된 '고아'에 대해서 잘 모르시고 하신 말씀 같네요. 고아는 원래 포루투갈 식민지였던 곳이라 포루투갈 문화와 가톨릭이 강세인 곳입니다. 고아 뿐만이 아니라 남인도 전반에서 가톨릭 인구가 꽤 되구요. 물론 북인도는 압도적으로 힌두교가 대세지만요.
    인도를 배경으로 하면서 왜 굳이 기독교 강세의 '고아'를 배경으로 했는가에 대해서 제 생각은 감독이 "자살" 혹은 "안락사"를 더욱 이슈화 하기 위해서 도입한 장치였다고 봅니다... 인도 인구 대부분이 믿는 힌두교에서는 자살에 대해 딱히 죄의식을 부여하지는 않으니깐요....
  • santalinus 2011/11/07 01:02 # 답글

    이러나 저러나 영화 전반적으로 음악이 조금 지나치게 사용되었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감정에 몰입할 여유를 주지 않고 너무 몰아치는 느낌이라서 조금 지치더군요. 차라리 아예 노래가 없었으면 더 감동적이었을 법한 장면들도 꽤 있었구요.
    과잉된 설명조 대사...는 실은 볼리우드 상업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영화관람객의 압도적인 다수가 함축이나 생략, 침묵의 묘미에 낯설어하고 또 원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낮은 식자율이나 전반적으로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교육등도 그 원인으로 보아야 할 듯 합니다....
    인도 지식층들이 즐긴다고 할 수 있는 - 별로 상업적이지 않은 - 뱅갈리 예술영화들에선 그런 병폐가 나타나지 않죠. 쓸데없는 효과음이나 음악도 많지 않구요. 아빠르나 센, 사뜨야짓 레이 같은 감독들의 영화를 보시면 본문에서 언급하셨던 문제점들이 별로 없는, 정말 괜찮은 수준의 인도영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청원의 감독...은 아무래도 볼리우드 상업영화로서의 한계를 넘기가 쉽지 않았던 듯 합니다.
  • realove 2011/11/07 08:38 #

    인도 영화에 대한 좋은 정보를 자세히 올려주시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인도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언급하신 감독들의 작품은 기회되면 만나보겠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성나은 2011/11/21 11:28 # 삭제 답글

    저도 주말에 청원 봤어요. 완전 감동. 오늘 책도 출간 한다고 들었는데..영화에 대해 찾다가 여기 블로그에서 봤거든요. http://blog.naver.com/editoremail 책도 함 읽어 보세요~
  • realove 2011/11/21 17:40 #

    전 영화의 과함으로 감동 받기가 힘들었는데, 책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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