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조용하지만 큰 파문으로 남는 시 한편 영화를 보자

이창동 감독과 왕년의 스타 배우 윤정희 가 보여준
한 편의 서글픈 시같은 영화 <시>를 보고 왔다.

초라한 살림의 노년을 살고 있는 주인공 할머니로 나오는 윤정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부인으로
오랫동안 파리 생활을 해왔고, 기품과 지성이 느껴지는 여배우로서
이번 오랜만의 복귀작 <시>에서 깊이있고, 감성적인 노역을 잘 그리고 있다.
이젠 평범한 할머니로 외모가 변해 세월의 아쉬움이 더했지만 낭랑한 목소리는 여전하여
어찌보면 우리 엄마를 연상하게도 했다.

시인을 꿈꿨던 주인공의 서정적인 이야기, 이런 아름다운 스토리를 기대했지만,
영화의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은 장면이 나오고
점점 이 영화가 얼마나 병든 이 시대를 비추며 아픔을 말하는지
진하게 느끼게 되었다.

옳고 그른 것, 인간의 기본적 도리 등에서 아무런 구별도 없고
애고 어른이고 병들지 않은 이가 얼마나 드문지,
영화는 혼탁한 이 시대에서 아름다움을 꿈꾸는 시가
죽어가고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세태를
이젠 평범하기까지한 시대의 조각들로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큰 공감과 남다른 감동이 전해져 뭉클했던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하는 시창작 교실에서의 순수한 모습과 반대로 
또 다른 곳에선 어이없고 놀라운 무리들의 흉한 행태들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자연스럽고 관록있는 연출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다큐멘터리 아닌가 싶게 평범을 넘어선 외모의 조연 연기자들의 명연기를 통해
영화는 작품성과 시사성, 감수성 등에서 관객들을 매료시켰고,
점점 빠져들게 하여 같이 눈물 흘리고,
분개하고 감동하게 했다.

인간애와 감성과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시,
 그 시가 죽어가는 세상에 조용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키는 품격있는 작품으로
시처럼 우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애초에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도 했다.

짐승같은 본능, 고통과 병듦, 죽음 등 원하지 않지만 삶의 길은
시를 갈구하고 인생을 거스러보려 주인공과 같이 애써도
결국은 슬픈 것임을,
그러나 시성은 아름답게 살아있음을 영화는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흘렀다.





덧글

  • 2010/05/18 09: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realove 2010/05/18 10:25 #

    감사합니다^^
  • 너털도사 2010/05/18 10:44 # 답글

    밀양의 전도연이 생각나네요... 오아시스, 밀양에 이은 작품이군요. 지극히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강할 듯 합니다. 정말 기대작입니다.
  • realove 2010/05/19 13:04 #

    시사하는 바도 컸고 감성적인 면도 좋고... 암튼 영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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