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벗어나며 동네 산책 기타 재밌게 살자









한파가 대충 끝난 것 같다. 1월보다 더 나온 2월 가스비에 충격을 먹었는데

이제 거의 추위가 마무리되는 것 같으니 다음달은 괜찮겠지 싶다.

동네 산책도 발이 얼어 무리였는데, 근처 하천도 꽁꽁 얼어 며칠 전만해도

오리들이 뒤뚱거리며 빙판을 걷는 모습을 보기도 했으니 춥긴 추웠나보다.

미끄러지지 않게 중심을 잡으려고 나름대로 아장아장 거리는데

어찌나 귀여운지...ㅋ

조금이라도 매일 햇볕을 쪼여 기운을 얻어보려 노력을 해왔지만

전보다 손발의 냉증은 더해지는 것 같다.

내 심장이 거기까지는 좀 힘든가 보다.




아무튼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봄을 향하는 날씨를 느낄 수 있어

살짝 설레기도 하고 식상한 표현이지만

싱숭생숭한 기운도 슬슬 올라오는 중이다.

기운을 조금 더 차려서 내 본업도 조금씩 하고 즐거운 취미 생활로

마음의 무게를 덜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오래 묵혀 놨던 헤어를 해결하기 위해

미용실을 다녀왔다.

결과를 먼저 말하면 모델의 사진은 화보일 뿐...

펌이 나오고 엄청난 웨이브 다발을 보니,

이건 미스코리아를 당장 나가야하는 것 아닌가하는....ㅋㅋ

아무튼 봄 준비를 조금씩 하면서 매일을 동네 나들이로 버티는 중이다.

그동안 공사중이던 백화점 옆 실내공간은 카페들이 다 차지하여 근사하게 변해있었다.

하지만 아주 전엔 동네 어르신들이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던 편안한 공간이었고, 그 후론

저렴한 세일판매 행사장 그리고 이제는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이 공간에 머물 수 없다고 완고하고 거대하게 자리하게 된 것이다.

어디든 살기 힘들고 좀 더 경제성을 따져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야박함에 씁쓸한 기분이다.

그나저나 오래도록 잘 써온 내 PC가 운명을 달리하려 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도 몇 번 갔다 오셨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모든 일들이 변해가는 세상 이치에

다시금 마음이 쓸쓸하다.

그저 또 하루를 살아가는 수 밖에...





2023년 영화일기-1월(더 글로리~일타 스캔들) 영화를 보자











2023년

1월

늘 떠오르는 생각이 매년 1월은 왜 이리 빨리 가버리는 것일까이다. 연말의 아쉬움과 쓸쓸함을 안고 그래도 새해가 되었으니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분위기를 띄어보다가 이내 한 달이 뭐하다 끝났나 싶게 초스피드로 흘러가고만다. 날도 춥고 가끔씩 동행하던 지인도 잠시 외국으로 가시니 애써 기운을 내보려던 여러 계획들이 그렇게 잘 돌아가질 않는다.

영화도 그렇다. 죽을 고비를 넘긴 심장 수술 후 아빠, 엄마까지 떠나시고 감정을 추수르기 위해 힐링 위주의 영화를 보고, 또 주변에서도 밝은 작품들을 권해 주어서 나름대로 영화감상으로 기운을 얻은 것이 계속 이어지니 아직도 무겁고 심각하거나 극단의 폭력이나 최루성 소재들의 이야기를 예전처럼 보기가 어렵다. 워낙에 정의감에 불타고, 독특하거나 괴이한 소재들을 가리지 않는 취향이었기에 장르 구분 없이 심오한 예술 영화까지 흥미로웠는데, 이제는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감당하기 힘든 것들은 좋은 작품성을 인정 받은 것들도 꺼려지는 것이다. 그러니 다소 단조롭고 심심한 영화나 드라마에 치우치는 경향이 생겨 사실 재미는 없다.

그런데 혼자서 심신을 돌봐야하고, 정신 건강의 위태로움을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기에 당분간은 안전한 쪽을 택할 것 같다. 사실 내가 겪은 일이지만 몇 년간의 태풍에 쓸린 것 같은 그 일들이 시간이 좀 흘렀다고 감쪽 같이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사람의 마음이 마음 먹은데로만 움직이면 누가 우울증에 걸리고 공황장애에 시달리겠는가. 정신적 질환은 본인의 의지와 별개의 것이라 알고 있다.

아무튼 시끄러운 세상사에서 나 혼자의 삶을 어떻게든 온전하게 이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조금씩 노력해보기로 한다. 세상의 거울이고 치유의 에너지를 담은 영화들과 드라마의 힘을 얻으면서... 거기에 더해서 웃음치료 효과의 예능과 다양한 지식제공의 교양을 겸한 요즘 TV프로그램 중 지혜를 얻기에 좋은 몇몇 프로그램도 눈에 띄고 있어 기대가 된다. 종결이 되어 아쉬운 '알쓸인잡'과 10회 김창욱 편이 워낙 좋았던 '일타강사' 그리고 오락적으로 큰 임팩트가 있는 '설치혀'는 파일럿으로 나왔을 때 큰 인상을 주어 2월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면 지켜보려한다.

-영화관 * 1편, 집에서 19편(드라마 시리즈는 한 시즌을 1편으로)=20편

<원더풀 라이프>-2001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동진 평론가 추천작이라 보게 되었는데, 죽은 후 행복한 순간을 재현하게 한다는 설정에 뭔가 울컥하게 한다. 다큐 느낌이 과하고 사사로운 인터뷰가 반복되고 매우 느려 뒤로갈 수록 피로도가 느껴진다.

<컨피던스 맨 jp 영웅편>-주인공 일당의 큰 그림이 후반에 나오는 사기극 시리즈의 최근작. 엔딩에서 쿠키 영상도 유쾌하다. 추천!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심약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인공과 같은 소심한 사람들에 대해 웃기면서 공감도 간다. 사이비 종교의 교활한 범행에 새삼 화도 나는 가벼운 코미디물. 추천!

<나이트메어 앨리>-탐욕의 끝은 결국 파멸이란 쓸쓸한 이야기. 기괴하고 음습한 비주얼과 스릴러가 고전적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연기 대가들이 대거 출연해 볼 것이 많다. 추천!

<유령>/롯데시네마월드타워-비주얼의 완성도가 높은 일제항쟁 시대극이나 중국소설 원작에서 오는 약간의 간극이 느껴진다. 추천!

<낮잠 공주: 모르는 나의 이야기>-여러 애니메이션들의 조각들이 모인 느낌이나 판타지의 영상은 괜찮은 정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한 편의 실험적인 비디오 아트 작품으로 느껴지는 획기적인 영화. 메타버스 설정에서 반복되는 무협 결투가 계속되고 스토리텔링 적으로 산만함도 커서 흥미면에서 반감되는 기분이 들었다. 양자경의 특화된 무술 액션 영화로 좋고, 남편 역은 <인디아나 존스>의 그 동양인 꼬마(베트남)란다. 장난스런 코미디도 볼만하나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점은 좀... <헤어질 결심>은 못 올랐고... 추천!

<킹스 도터>-프랑스 만세를 외치면서 대사는 영어라니... 괜찮은 배우들을 모아서 이 정도의 동화를 만드는 건 좀....

<버려진 고양이를 주운 남자>(단편)-고양이에 대한 소소한 일상 드라마.

<오! 마이 보스! 사랑은 별책으로>(10부작)-캔디의 오피스 버전이랄까, 뻔한 듯하지만 패션 잡지사 초짜 사원의 일과 사랑을 트렌디하게 그려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추천!

<두뇌공조>(부작)-차태현이 나오니 일단 웃음이 기대된다. 예상대로 코믹하고 가벼운 재미가 쏠쏠하다. 추천!

<어게인 마이 라이프>(16부작)-매번 반복되는 악역(이경영) 캐릭터에다 무게감있는 명분까지 얹은 것부터 불편하다. 거기에 이준기의 특기인 태권도 등의 액션을 위한 기획적인 장면, 후반 갑자기 헛점을 보여 급하게 위기를 만드는 것 등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부패한 검찰 카르텔과 정치권력 소재를 신랄하게 다뤘고, 리셋된 인생살기의 구미 당기는 설정으로 재미는 있었다. 배경음악으로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이 주제 테마로 사용되어 점성학 의미적으로 미래나 희망을 내포하는 장엄함이 잘 어우러진 것은 인상적이다. 강력 추천!

<더 글로리>(8부작)-학교폭력에 대해 아는 바도 경험도 없지만 복수극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하여 몰입하며 봤다. 3월에 시즌2가 기대된다. 강력 추천!

<이시코와 하네오-그런 일로 고소합니까?->(10부작)-아리무라 카스미가 출연하는데, <망각의 사치코> <메종 드 폴리스>의 타카하타 미츠키와 닮아 많이들 헷갈릴 듯하다. 아무튼 남녀 주인공(변호사와 사무관)의 캐릭터의 합도 좋고 인간적 에피소드와 후반부의 큰 사건까지 아기자기하게 볼만한 드라마. 강력 추천!

<언성 신데렐라 병원 약사의 처방전>(11부작)-종합병원 약사들의 숨은 활약을 중심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 가슴 찡한 다양한 환자들의 사연이 잘 그려졌다. 다만 병원 생활을 오래해 본 사람으로서 수술 후 복약상담실을 자주 다녀서 친절한 약사님 신제를 졌지만 극에서 처럼 전방에 나와 활약을 하는 약사라는 설정은 비현실적인 듯. 강력 추천!

<고독한 미식가 2020 SP>(단편)-참 오래도록 혼밥을 드시는 아저씨의 연말 특집 먹방. 새우튀김은 보면서 조금 참기 힘들긴 하다.

<코타키 형제와 사고팔고>(12부작)-꾀죄죄한 무직의 형제의 궁상맞은 모습과 대행 알바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은근하고 디테일한 코미디 드라마. 작지만 세세한 일본적 감수성이 잘 담긴 코미디 드라마. 강력 추천!

<망각의 사치코>-자폐스펙트럼이나 소시오패스도 약간 의심스런 융통성 1도 없는 강박적 캐릭터 주인공의 먹방, 오피스 드라마. 만화 원작을 살려 과장된 코미디가 웃기면서 결혼식에서 도망간 남자에 대한 복잡미묘한 심리묘사가 섬세하다. 추천!

<망각의 사치코 SP>-본 시리즈의 서두부분을 세밀하게 다룬 단편.


<일타 스캔들>(16부 예정)-근래들어 가장 웃음을 많이 준 드라마. 전도연 출연이라 믿고 보면 될 듯. 학원을 둘러싼 학부형들의 병적 집착과 남며 주인공의 고단한 삶의 드라마가 다양한 흥미를 준다. 강력 추천!




<유령> 고전적 추리극과 스타일리시 액션 영화를 보자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그리고 요즘 다수의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현우까지 화려한 출연진부터 주목하게 하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액션 영화 <유령> 시사회를 지인과 다녀왔다. 거기에 <천하장사 마돈나> 하면 떠오르는 이해영 감독 작품이라 상당한 재미를 기대하며 상영관에 자리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이 간 지인과 내린 결론은 '재밌다'였다.

시작부터 의상이나 건물 등의 꼼꼼한 시대고증이 눈길을 끌었으며, 화려하고 앤틱한 호텔로 배경이 옮겨지면서 레트로 감성의 영상미까지 즐길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 듯한 경성의 모습들을 흥미롭게 감상도 하면서 이야기는 급속하게 호텔밀실 생존게임 분위기로 이어졌다.

새로 부임하는 조선통독부 총독 암살 미션을 위한 스파이 '유령' 색출이라는 묵직한 이야기가 던져지고, 고립된 장소에서 마치 아가사크리스티 추리소설 같은 전개가 이어졌다. 복고풍의 영상미와 고전소설적 서사가 우아한 클래식 음악 배경으로 멋스러운 맛을 주었으나 다소 잔잔한 신경전이 길어져 기대했던 빠르고 강력한 장면이 지체되는 감을 주었다. 또한 의심되는 자들의 선별 과정이 급하게 건너뛰어 다소 맥락이 끊기는 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치열하고 참혹했던 일제강점기에 대항하는 액션이 순식간에 폭발을 하고 그동안 다각적으로 추리하던 의문의 존재가 얼추 맞아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여전사 스타일리시 액션이 통쾌하고 긴장감 넘치게 터졌다.

영화 전반에 걸친 많은 분량의 일본어와 특히 배우 박해수의 모든 대사 일본어 연기는 그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열정을 읽을 수 있었고, 설경구는 간악하면서 많은 혼란을 지닌 인물을 잘 보여줬으며, 이하늬와 박소담의 극과 극의 캐릭터도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심한 증량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서현우의 코믹함도 영화 전반의 강약조절의 역할을 하였다.

자막에서 살짝 보게된 '마이지아'는 중국 소설가이고,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풍생]이며 2009년 <바람의 소리>로 중국에서 개봉하여 크게 흥행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나중에 비교하면 또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세상의 일들이 아무리 반복된다 해도 극악한 일본 제국주의의 활개는 다시 없어야 함을, 일제 청산이 그만큼 지금에서도 중요한 것임을 새삼 새겨볼 기회이기도 하였다.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스타일리시한 액션 시대극으로 오락성도 좋은 영화 <유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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