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지인과의 서울나들이가 '남산골한옥마을'(9번째)을 마지막으로
따님, 손자, 손녀와 미국을 가시기 위해
잠시 멈추게 되었었는데,
일정이 다소 변경이 되어 일단 4월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여러 복잡한 미국행 서류 처리와 티켓 구매까지 혼자 다 처리를 해 놓으시고,
남편과 대전에서 계시다가
이번에 서울역사박물관 토요음악회에 기차로 올라오셔서 음악회를 동행한 후
주변 명소를 찾아 나섰다.
음악회가 끝난 후
서울역사박물관을 나와 서쪽으로 경희궁과
지난번 나들이를 갔던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지나쳐
삼성병원 쪽 경교장이란 곳을 찾았다.
김구 선생님이 거주하고 집무하던 곳으로 쓰였던 역사적 건물을
복원하여 전시장이 된 곳이다.
내가 방문한 날 다음 날까지 김구 선생님의 하루를 꼼꼼하게 담은 작은 전시도 있었다.
1, 2층과 지하까지 여러 전시물과 건축물에 대한 다양항 전시가 되어있고,
등신대나 미니어처, 실제 김구 선생의 물품과 마지막 입고 있던 핏자국이 남은
옷까지 여러 역사적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지금의 정치 상황과 더해서 더욱 열이 오르는 그 떄의 일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한탄이 절로 나왔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많은 의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이어서 그 옆의 경사로로 걸어 올라가 송월길을 걸었다.
도심 한복판에 조용하고 한가한 주거지와 산책로 공원이 펼쳐져 있어
이내 마음이 느긋해지고 봄의 기운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저녁 나들이를 다니니
정말 좋다고 하시는 지인과 걸으니 나도
같이 옆에서 걸어주는 사람이 있어 위로와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
가족들 챙기는 일에 전혀 틈이 없었던 분과
혼자서 살아가는 나와의 전혀 반대의 입장이지만
안온한 그 시간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아무튼 주말이라 쉬는 홍난파 가옥 앞에서 사진만 찍고 길을 더 걸었다.
이쯤해서 나올 것 같다 하는데 오래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경교장과 마찬가지로 슬리퍼로 갈아신고 '딜쿠샤'에 입장을 하니
때마침 해설 시간이라며 같이 하라는 권유를 담당 직원이 해 주었다.
토요일 오후 꽤 많은 방문객들과 함께
절묘하게 얻어 걸려 재밌는 해설사의 설명으로
이름도 독특한 '딜쿠샤' 가옥과 그 집의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내가 찍은 사진을 대신하며,
간략하게 말해서
연극배우인 메리와 결혼한 테일러는 사업가이자 연합통신의 통신원으로
일제강점기의 조선의 사건들을 해외에 알린 사람이며
이 집은 예술품에 조예가 있는 아내의 취향에 맞춰
지어지고 살던 곳으로 인도에 있는 영국식 건물에서 따온
'딜쿠샤'(기쁜 마음의 궁전)라고 지었다는 이야기다.
죽어서도 한국을 그리워하는 테일러를 한국에 묻어주고,
여러 유품들과 기록들을 손녀인 메리가 [호박 목걸이]라는
책을 내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고
복원 공사와 남은 사진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작업을 통해
2년 전 공개가 된 곳이라 한다.
개그맨 빰치는 해설사 님의 능청스런 애드립과
이곳에서 이런 시간 아니면 모르고 넘어갔을
옛 역사의 한 순간을 실감나게 만날 수 있는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근처에 살았던 큰 이모의 큰 양옥집이 떠오르는 목재 계단을 보며
개인적인 추억에 젖기도 했다.
집을 나와 경사가 큰 계단으로 내려가니 사직터널이 나왔고 독립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엄마와의 추억도 있는 영천시장까지 마저 둘러보다
지인이 사주시는 밥을 시장 맛집에서 맛있게 먹고
다음 약속과 함께 인사를 나눴다.
덕분에 혼자가 아닌
즐거운 음악회 내가 알고 있는 삶의 지침 : 서울역사박물관 토요음악회 '봄의 찬미' (egloos.com) 와
서울 나들이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피아노 선생과 연배 높으신 제자님 사이지만
큰 언니같이 챙겨주시고 위로를 아끼지 않는 지인의 존재가
다시금 고맙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