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들러리] 김선희 책을 읽자




권력과 부를 지배하는 자들의 비뚤어진 자녀교육을 다룬 드라마들이 <스카이 캐슬> 뿐 아니라 이제껏 이런류의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학교 내의 범죄에 근접한 비리와 부정 행위가 만연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 소설도 이제 식상하다 싶지만 그냥 간과할 수 없는 학교 내의 문제 중 하나를 소재로 하였으며, 실화에 가까운 사건전개와 학생들의 심리묘사를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청소년 소설이라 하지만 사회 곳곳 어른들의 세계와 그리 다르다 할 수 없기에 흡인력이 컸으며 입체적 사건 구성과 인물들의 다각적 시선과 상황이 밀도있게 전개되어 점점 흥미가 높아졌다. 중간에 액자소설 형식의 짧은 소설 '유령'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나오는 것도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짧은 단편에서 시작하여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5년을 걸려 완성시켰다는 마지막장의 작가의 말에서 꽤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구나 싶어 좋은 작품은 그리 쉽게 나올 수 없음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약자들이 경험하는 세상에 대한 불신, 오만한 가해자들의 왜곡된 사회의식 등 다양한 감정과 강렬한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청소년 소설 [1의 들러리]였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책을 읽자



20년 가까이 라디오 방송 작가로 일해온 저자의 사적인 사연이 담긴 에세이집. 요즘 가장 대두되고 있는 키워드 '공감과 위로'를 예민한 감수성과 시적인 감성으로 써내려가 곳곳에서 무척 강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나로 살고 싶다'

서두에서부터 이런 문장들이 읽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함에 금새 친근감이 느껴진다. 다만 상처가 큰 사람들의 경우 이런 글귀들, 매우 감상적인 독백체가 반복적으로 단문장으로 이어질 때 살짝 우울감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다. 내가 과민해서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포자기하지만 스스로  위로하고 어쩌다 들은 음악(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사계 중 봄)으로 다시 삶의 의욕을 느끼게 되는 등 내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음악이 주는 위로와 희망의 감성을 이해하는 부분에서 크게 동감을 했다. 음악과 같이 다시 봄을 꿈꾸기 시작하고 조금씩 나아가는 작가를 따라가면 어느덧 위로와 기운을 얻게 된다.

'내 것이 아닌 것의 미련으로 불행해 하는...'

'아들다운 것을 아름답다라 다시 생각하는...'

'나쁜 하루에도 좋은 시간은 있다'

많은 곳에서 내 마음을 찾을 수 있는 에세이었다. 그렇지만 나와는 전혀 반대인 점이 매우 많다는 걸 여러 곳에서 감지했다. 타고난 예민함과 고독감이 나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녀의 우울함이 내겐 사실 불편했다. 최악일 때에도 난 명랑녀의 본능이 꿈틀댔으니까, 그래서 겨우지만 난 혼자 살고 있다. 이런 책들을 오디오북으로 매일 들으며...   

* 목차

 

목차

Prologue

[Part 1.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우리에겐 무엇이 있어 우리가 어둠이 되지 않게 할까
마음이 가난해질 때
내가 나를 할퀼 때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당신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될 때
나는 괜찮았지만 괜찮지 않았다
어둠을 걷고 있던 시절
모든 것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의 결핍을 이해하는 사람
부드러운 림보
봄을 듣는 시간
나는 내가 일찍 죽을 줄 알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니까
내 것이 아닌 것
나라는 사람
그 시절의 나에게
해맑아서 너무 해맑아서
나는 내가 싫어하던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삶은 풀지 않은 이삿짐 상자 같아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Part 2. 위로받지 못한 마음]
어떤 슬픔은 늦게 찾아온다
미안해서 화를 낸다
마음의 사막
이제 우리는 그만 만나겠구나
소리, 마음을 찢다
위로받지 못한 마음
누군가를 오래 기다려 본 사람
마음 없는 상냥함이 가장 상처받게 한다
눈부시게 환한 빛
타인의 상처
사랑이 멀어질 때
너는 미움받을 자격이 없다
그 밤, 소년에게
그 시절에는 그 시절의 아픔이 있다
우리는 상처로 이뤄진 사람
나의 불행했던 시간이 위로가 된다면
말들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
마음에 근육이 생길 리 없지
전하지 못한 말
나는 너를 봐준다
보내지 못한 답장
그때는 모른다

[Part 3. 엔딩은 도무지 알 수가 없지]
나쁜 하루에도 좋은 순간은 있어
행복은 눈에 잘 띄지
각자의 세계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다시 오지 않을 것들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알 수 없어서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대기만성의 시간
행운목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거짓말
그런 날이 있다
좋은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추억은 추억 지금은 지금
가지 않은 길
하지 못한 일 하지 못한 말
깨고 싶은 꿈 깨고 싶지 않은 꿈
어느 흐린 날의 인생
퇴근길 사람들 속에서
쉬워 보인다
내 몫의 불운을 다 견디고 나면
엔딩은 도무지 알 수가 없지
이루지 못한 꿈
쓸쓸했던 시절
반딧불처럼 반짝 빛이 날지도 몰라
기차를 놓치다
가만히 서 있는 삶

[예스24 제공]


[조여정의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책을 읽자




일본의 셰익스피어, 일본의 국민작가라 일컫는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1867년 ~ 1916년) 의 대표작 [도련님]은 1906년 발표되었으며 본인이 중학교 영어교사로 있었던 시절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한다. 오디오북으로 배우 조여정의 목소리 연기로 감상하여 듣는 재미도 좋았다.  

지금 봐도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 문체와 발칙하고 직설적인 표현들이라서 재밌는 코미디 영화가 눈 앞에 그려지기도 하고, 인간관계에서의 복잡하고 비열하고 미묘한 상황들이 실감나게 그려져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촌마을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선생들과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바로바로 첫인상으로 그들의 별명을 지어 소설 내내 그렇게 지칭하며 독자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요즘도 가끔 소설에서 쓰이고 있는 표현이기에 재미를 더했다.

 

사실 우리나라 어감상 이 작가의 이름이 살짝 민망하여 매우 잘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아주 오래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후 오랜만에 접해보니 더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권선징악의 옛시대 글들의 진부함과는 다르게 반항적인 세태비판과 예리한 심리묘사 등 요즘 정서와 그리 차이나지 않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갖춘 그의 여러 작품을 한 번씩 접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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